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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의 의외성과 충격적 결과를 생각할 때 박연차 게이트는 일본 록히드 사건과 닮았다. 권력형이냐, 생계형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록히드 사건은 미국의 항공기 제조회사 록히드가 1976년 미국 상원에서 항공기판매 공작금으로 일본 정부 고관들에게 200만달러를 주었다고 증언한 것이 불씨가 되어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구속된 사건. 상고심 도중 다나카가 병사, 공소기각으로 마무리 된 점도 흡사. 죄상이 복잡하게 얽히어 쉽게 판명되기 어려운 사건을 의옥(疑獄)이라고 한다. 록히드 사건은 전후 일본의 최대 의옥. 대한민국 최대 의옥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박연차 게이트 아닐까.

록히드 사건을 수사한 일본 검찰 조직은 도쿄지검 특수수사부(特搜部). 특수부는 우리의 중앙수사부(中搜部)격. 우리 대검찰청 격인 최고검찰청 소속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 세 곳의 지방검찰청에만 있는 조직. 정치가의 오직(汚職), 대형 탈세, 경제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한다. '거악(巨惡)을 척결한다'는 특수 검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조직운(運)은 별개.

록히드 수사의 에이스로서 재판에서 논고 구형을 맡아 '미래의 검사총장 감' 소리를 듣던 홋타 쓰토무도 그런 예. 검찰 주류인 교토대 법대 출신인 그가 간절하게 원한 특수부장 자리는 그를 피해 갔다. 의욕 과잉으로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검찰 수뇌부가 판단했기 때문. 대신 주어진 출세 코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록히드 사건 15년 후 스스로 옷을 벗었다.

도쿄지검 특수부 부부장으로 록히드 주임검사였던 요시나가 유스케는 반대의 경우. 도쿄지검장으로 리크루트 사건 수사를 지휘. 그후 실력은 있지만 중추에 진입할 수 없는 비주류 검사의 코스, 오사카고검장으로 정년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극적으로 회운(回運). 신임 법무상 고토다 마사하루가 부임 일성으로 "요시나가군은 어디에 있나"라고 한 것. 다나카파인 고토다의 은원(恩怨)을 따지지 않은 인사로 검찰 서열 2위인 도쿄고검장으로 영전, 몇 달 뒤 검사총장이 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책임자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내 인생에 이런 일이…"라고 탄식했다. 변덕스런 사회에서 출세는 시대의 풍향(風向)에 달린 듯.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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