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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독재 타도? 기사의 사진

한 시민단체가 광고주를 상대로 벌이는 불매운동은 민주주의와 언론문화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과 실제 활동이 얼마나 다른지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은 최근 광동제약이 조선 동아 중앙 등 3개 신문에 광고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 들고 압박하면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도 광고를 내라는 요구를 했다.

광동이 압력을 견디다 못해 요구를 받아들이자 다음에는 삼성이 3개 신문에 광고를 중단할 때까지 5개 계열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언소주 인터넷 카페에는 해외포털을 통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려 글로벌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제안까지 올라 있다.

국민은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발전과 환경 보호, 인권 개선 등을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이념적 편향성을 지닌 시민단체의 독선이 극단으로 치달아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기에 이르자 많은 국민은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단체들이 불법 시위와 폭력을 일삼는 것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국정쇄신을 통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되 급진적 이념 공세에는 단호해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런 여론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문화행사를 위장한 집회와 교묘한 선동으로 끊임없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이후 좌파 시민단체들은 '독재타도' 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이 나서 타도해야 한다는 선동이다.

지난 12일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식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고 말해 정치적 공방을 촉발했다.

발언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을 향해 야당이 '독재' 운운하며 비판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경고 또는 지지세력 결집을 노리는 정략적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야당 지도자가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정책이나 정부 여당의 오류를 비난하는 발언과 정권타도를 요구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선동은 그 배경부터 정치적 의도와 결과에 이르기까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독재타도'는 정권을 비판해 실정을 바로잡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라 헌정이 중단되거나 피를 흘리는 극단적 상황을 상정한 폭력적 이념적 선동이다.

경제 회생을 내세워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청와대나 정부 요직 인선부터 특정 인맥에 쏠리는 모습을 보여 실망을 안겨주었다. 여론 수렴을 소홀히 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좌절을 겪었고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정치적 한계를 드러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실정이 훨씬 크게 부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국민을 압제하고 헌정을 유린했다며 타도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자유민주주의가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방종과 선동으로 치닫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를 '반민주주의'라고 규정한 논리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세상 어느 독재정권이 불법 시위에 그토록 관대하고 폭력과 선동에 유약하게 대처했는지 의문이다.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좌파 세력의 공세에 끌려다니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대통령은 국정쇄신을 통해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되 헌정을 중단시키려는 급진적 이념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치권도 선동에 휩쓸려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

김성기 수석논설위원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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