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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승한] 코람데오로 가는 길

[삶의 향기―이승한] 코람데오로 가는 길 기사의 사진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고 했던 모리아 산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은 천연요새로 난공불락이었다. 북서쪽은 산지로 접근이 어렵고, 동남쪽 기드론 골짜기와 남쪽으로 연결되는 흰놈 골짜기도 건너기가 만만치 않다. 다윗이 가나안의 여부스족으로 부터 얻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민족의 영원한 성지이다. 앗시리아와 바벨론 포로시대, 주후 70년 예루살렘이 무너진 이후 전세계로 흩어졌던 이스라엘 민족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순례길을 나선다. 순례객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해 기드론 골짜기 동쪽에 서 있는 감람산에서 성전을 내려다 보며 민족과 나라를 생각한다.

지금은 어떤가. 모리아 산 정상은 이슬람교의 황금돔으로 덮혀 있지만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민족 뿐 아니라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지중의 성지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예루살렘을 찾는 순례객은 한해 500만명에 이른다. 무엇이 이들을 순례객으로 예루살렘을 찾게 하는가.

사람은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뿌리는 자신의 근원이자 정체성의 기저를 이루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한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나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이 모국을 방문하는 것도 뿌리에 대한 확인과 그리움 탓이다. 성지, 특히 예루살렘으로 순례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코람데오) 신앙의 뿌리를 확인하고 축복된 삶을 기원한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고통스럽게 올라갔던 비아돌로로사를 걸으며 골고다 언덕에 세워진 예수님의 무덤교회를 경건한 마음으로 찾는다. 영혼의 뿌리를 확인한 사람은 '코람데오'를 외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유칼립투스라는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밑둥만 남겨놓고 잘라도 다시 자란다. 생장능력이 뛰어나 1년에 10m까지 크고, 몇 년내에 최고 100m까지 자란다. 거목이어서 목재용으로 이용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수증기 증류로 쉽게 석유를 뽑을 수 있어 석유식물이라고도 불린다. 호주가 원산지인 이 나무의 강한 생명력은 뿌리에 있다. 뿌리가 30m나 깊이 뻗어있으니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높이 자란다.

하나님 앞으로 가는 길은 순례의 길이자 고난의 길이다. 그것은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한 뒤 광야에서 40년 동안 고난의 행군을 하고 가나안에 입성한 것 처럼, 사람은 인생이라는 광야를 거쳐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 그 광야에는 성공과 실패, 꿈과 좌절, 죽음과 고통이 있다. 또 사랑과 용서와 화해와 희생이 있다. 신앙의 뿌리를 찾아 예루살렘 순례를 소망하는 기독교인들은 예수정신으로 하나님 앞에 서길 원한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물로 광야를 옥토로 바꾸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바로 코람데오로 가는 길이다.

지난 12일 예멘에서 발생한 이슬람테러리스트들의 납치살해사건 피해자 엄영선씨는 광야에 사랑을 심고 숭고한 순례길을 갔다. 그가 뿌린 사랑은 유칼립투스 같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2007년 7월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납치살해사건 희생자들도 믿음의 뿌리에서 자란 사랑의 나무를 광야에 심다가 하나님 앞으로 간 사람들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을 폄하한다. 숭고한 희생에 돌을 던진다. 사랑과 용서와 화해와 하나됨과 평화의 예수정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예수정신으로 끝없이 순례의 길을 떠난다. 코람데오를 외치면서 말이다. 매일 매일 삶 속에서 코람데오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복음의 유칼립투스가 자라게 된다.

이승한 i미션라이프부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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