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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北美와 美北


중국음식을 대표하는 것은 자장면과 짬뽕이다. 그 중 자장면이 으뜸이어서, 말을 할 때도 자장면이 짬뽕보다 먼저 튀어나온다.

우리의 언어습관을 보면, 비슷한 말을 나열할 때 그들 사이에 어느 정도 선후가 정해져 있다. '임직원'이지 '직임원'이 아니다. 또 '사장과 사원'이지 '사원과 사장'이 아니다. 권위를 가진 것이 우선이다. 지난 정부 때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권위주의 시절의 '군관민'도 이제 '민관군'으로 바뀌었다.

일반 용어를 나열할 때도 대개 이런 원리가 적용된다. '국가와 민족'을 뒤바꾸어 쓰면 어색하다. 국가가 민족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분노와 실망감'은 어떨까. 감정을 표현하려면 점점 격화되는 형태가 효과적이다.

따라서 약한 쪽을 먼저 내세우자면 '실망감과 분노'가 적절한 순서다. 3D 업종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말한다. 이 역시 순서가 바뀌면 흐름이 불안정하다.

신문에서 유명인사의 이름을 쓸 때도 순서가 있다. 대개 권위 있는 사람이 앞에 놓인다. 하지만 이분을 먼저 쓰면 저분이 서운해하기도 한다. 해서 편법으로 괄호에다가 '무순'이라고 적거나, '가나다순'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반대로 자기 이름이 먼저 나오는 것을 꺼릴 때가 있다. 좋지 않은 일로 회사 이름이 지면에 실렸을 경우다. 우리가 왜 맨앞에 놓였느냐고 따지는 곳도 있다.

말하는 주체에 따라 단어의 순서가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 쪽에서는 한국과 미국이고, 미국 쪽에서는 미국과 한국이다. 남한 쪽에서는 남북이라고 하고, 북한 쪽에서는 북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 '북미'라고 하는 게 좋을까 '미북'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는 가까운 맹방이 먼저냐 등 돌린 동족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반공 교육이 한창이던 시절엔 '미북'이 많이 쓰이다가 10여년 전에 '북미'로 굳어졌다. 요즘도 대부분 언론은 북미를 택하지만 가끔 미북을 쓴 예가 보인다. 남북 관계가 더 악화되면 미북으로 쏠릴지도 모른다. 말이 바뀌면 마음은 이미 바뀐 것이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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