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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때론 대증요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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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암과 같은 난치병의 근원적 처방이라면 역시 수술일 것이다. 큰 수술에 앞서 신체 조건들을 체크하여 혈압이 높으면 혈압강하제를, 체온이 높으면 해열제를 투여한다. 근원적 처방에 앞서 일종의 대증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그가 내놓을 국정 쇄신책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미국 방문을 끝낸 뒤 귀국해서도 의견을 계속 듣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이 말은 어수선한 시국과 관련하여 국정 쇄신책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물 건너간 인적 쇄신

그러나 이 대통령의 쇄신책이 기대했던 만큼 빠른 시일 내에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의 쇄신 의지를 금방 체감할 수 있는 건 여권의 인적 개편, 그 중에서도 개각일 터이나 이 대통령은 이 카드를 접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인적 쇄신을 통한 탕평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청와대 참모진에서도 비슷한 건의를 했으나 이 대통령은 "사람 몇 바꾸는 건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 주말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개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신 앞서의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민심, 권력형 부정부패, 상대방에 무조건 반대하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증요법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쇄신책은 보류되고, 근원적이고 중장기적이며 더 큰 쇄신 처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는 근원적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음달 발표하겠다는 대국민 담화에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에서부터 행정구역 개편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적대로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치료하기 위해선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고, 또 대통령이 그 처방을 고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쇄신은 타이밍이 관건

다만 근원적 처방은 시간을 요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증요법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큰물이 져 제방이 새면 나중에 제방을 다시 쌓기로 하더라도 우선은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 또 큰 수술을 하려면 대증요법으로 혈압, 체온 등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 대통령으로선 북핵, 개성공단, 경제난 등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여권 내에서까지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략적으로 보이고 짜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정치이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대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그리는 근원적 쇄신책을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야당 등 반대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다. 당장 야당을 설득해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따라서 듣기 싫은 소리를 더 귀담아들어야 하며 대증요법이라도 수용할 건 수용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여러 경로로 여론을 수렴하겠지만, 사실 쇄신에 관한 각계의 의견은 이미 다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쇄신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근원적 처방에만 매달리면서 대증요법이라 하여 무시하거나 의견 수렴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실기하면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둘 수도 있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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