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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多문화 기본법


몇 년 전 언더우드 가(家)의 4세손 원한광씨가 영구 귀국을 앞두고 한 연세대 강연에서 의미있는 충고를 했다. 30년여 동안 한국에 머물며 대학 강단에 섰던 그는 "한국의 국제화는 놀라운 수준이지만 아직은 반쪽짜리"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우물 안을 못 벗어났으며 "제대로 된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밖으로의 열린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한국은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과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타문화 수용력은 동남아 국가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동안 한류(韓流)문화로 재미를 봤지만 수출에만 열을 올렸을 뿐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다문화적 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외국인에 대한 포용력과 타문화 수용력이 탁월하다. 이를 토대로 한 문화적 다양성은 두 도시의 핵심 경쟁력이다. 한국은 이들 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인식 개선과 함께 시급한 것은 다문화 정책을 제대로 꾸리는 일이다.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다. 외국인 정책 관련 법으로는 '외국인 처우 기본법' '국적법' '출입국 관리법' '외국인 고용에 관한 법' '국제결혼중개업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이 있지만 제각기 흩어져 있다. 선진국 같은 총체적 컨트롤 타워가 없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 가정 급증에 따르는 적실한 대응이나 다문화 사회를 향한 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국회 다문화 포럼'이 출범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 포럼은 국회 차원에서 다문화 문제에 관한 바람직한 정책을 모색하고 다문화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다문화 기본법은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와 지원책의 전달체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21세기의 키워드는 '문화적 다양성'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앞으로 다양한 사상이나 문화가 모자이크처럼 짜깁기되는 '레고문명' 시대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도 "21세기는 다양한 문화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다원주의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적 다양성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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