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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진홍] 아웅산 수치


아웅산은 미얀마의 영웅이다. 1948년 1월4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까지 그의 역할이 컸다. 47년 1월 영국과 협정을 체결해 독립을 약속받은 지도자도 바로 아웅산이다. 하지만 그는 그토록 바라던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정적이었던 우쏘가 고용한 저격수들에 의해 47년 7월 회의하던 도중 암살당했다.

그는 옛 수도 양곤 북부에 묻혔다. 이후 그 주변은 미얀마 유공자들의 묘지가 됐다. 이름하여 '아웅산 국립묘지'. 우리에게는 북한 김정일의 잔혹성이 확인된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83년 김정일 지시를 받은 정찰국 특공대 소속 인민군 몇 명이 당시 전두환 대통령 일행이 참배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폭발물을 설치한 뒤 이를 터트려 공식·비공식 수행원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 아웅산 국립묘지다.

아웅산이 숨졌을 때 그에게는 두 살난 딸이 있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지금의 아웅산 수치 여사다. 아버지를 잃자마자 어머니와 함께 인도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그녀가 조국으로 돌아온 때는 88년. 군사정권이 총칼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참히 짓밟던 시기였다. 그녀는 민족민주동맹을 창설해 지금까지 군사정권에 항거하고 있다. 13년 7개월여를 가택에 연금되는 바람에 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참석할 수 없었고, 영국인 남편을 임종하지도 못했다.

최근 수치 여사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사정권이 지난달 수치 여사 집에 한 미국인이 들어간 것을 빌미삼아 그녀를 인세인교도소에 가둬놓고 재판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석방하라는 목소리는 거세다. 한 예로, 국제인권단체들은 그녀의 64세 생일(지난 19일)을 맞아 웹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으로 64단어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비록 이번에 홀로 생일을 맞아야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도 동참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공식적으로 그녀의 석방을 요구했고, 필리핀과 인도 등지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수치 여사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명하면 좋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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