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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원교] 집단지성의 誤用


웹 2.0 환경은 수많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접근하면 정보의 오류가 줄어든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소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위키피디아는 이미 정확성을 검증받았고, 지속적으로 확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개방, 참여, 공유라는 웹 2.0의 기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웹 2.0 환경이 전체 미디어들로 확산되는 패러다임 변화는 '미디어 2.0'으로 불린다. 이 용어는 미국 IT 칼럼니스트 트로이 영이 2006년 처음으로 개념화했다. 미디어 2.0에서는 뉴스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는 상호 작용을 하게 된다. 이때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은 오픈 플랫폼, 즉 '광장'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콘텐트는 왕, 미디어는 왕국(Content is king, Media is kingdom)'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판사가 자신의 판결에 대해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고 외쳐야만 하는 시대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는 깊은 회의를 느낀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해 광고 게재 중단 운동을 벌인 네티즌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마지막 부분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법관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도 했다.

판결문으로만 말한다는 판사가 이 같은 글을 꼭 띄워야 했을까. 처음에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판사가 자신이 판결한 사건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인터넷에 욕설을 올리는 걸 보고 인간 본성에 대해 회의가 들 정도였다." 그가 느꼈을 답답함이 이해된다. '조·중·동의 앵무새 이림 판사에게 한마디'라는 코너까지 카페에 개설해 저주를 쏟아냈다니….

이러고도 집단 지성을 말할 수 있을까.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바로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분법적 편가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개방, 참여, 공유라니? 인터넷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들의 살벌한 기세에 겁이 난다. '저주의 확대재생산'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우리는 그걸 역사에서 봤다.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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