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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정민] 이란은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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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 전 카자르 왕조가 건설한 테헤란 시내의 골레스탄 왕궁. 벽의 타일 모자이크에는 전라의 여성 문양이 여러 곳에 그려져 있다. 다른 이슬람 중동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1400여년 전부터 여성은 물론 남성도 우상숭배를 막는다는 이유로 예술의 대상이 되지 않아왔다. 그래서 이슬람에는 초상화 문화가 없다.

이란인은 다른 중동인들과 상당히 다르다. 아랍, 몽골, 튀르크 등의 수없는 외침과 정복을 받았지만 페르시아 언어와 문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자부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찬란한 예술과 문화를 꽃피웠던 페르시아 문명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신정일치의 이슬람 혁명에 성공했지만, 나체 문양을 훼손하지 않고 두는 것도 페르시아인의 자긍심을 상징한다.

끈기와 비폭력의 시위문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시위를 보면 이런 이란인의 높은 의식 수준이 잘 드러난다. 평화적인 시위다. 경찰과 우익청년 군사 조직인 바시지에 구타 당하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비폭력 시위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아랍 이슬람권에서 폭탄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개혁파를 이끌고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등 지도부도 폭력시위 자제를 연일 당부하고 있다.

사막과 산악지대에서 견뎌온 이란인의 끈기도 엿보인다.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강력 진압을 경고하면 시위 규모를 축소하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규모로 확대한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1978년 1월 반정부 시위 중 사망자가 발생했고, 간헐적인 추모 시위가 1년 간 지속된 후 1979년 1월에 범국민 봉기로 입헌군주제가 붕괴했다. 급작스러운 혁명이 아니라 준비된 변화를 원하는 것이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대선 부정 의혹이 직접적 원인이다. 그러나 200만명의 군중이 반정부 집회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30년 동안의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이다.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도 휘발유를 수입하고 있고, 실질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매년 수십 개의 언론이 폐간되고, 작은 시위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사태의 배후에는 종교 지도부의 분열도 작용하고 있다. 보수파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20년 통치에 대해 아크바르 라프산자니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이 반발하고 있다.

혁명 동지였던 두 사람은 1989년 호메이니 사후 갈라섰다. 이슬람 혁명 통치의 일부 개선을 주창한 라프산자니는 8년 간의 대통령직으로 만족해야 했다. 2005년 대선에 출마한 라프산자니는 하메네이가 지지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게 패했다. 결국 올해 대선도 하메네이가 재신임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라프산자니가 지지한 무사비 전 총리 간 대리전쟁이었다.

언젠가는 바뀔 神政체제

국가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 그리고 종교 지도부 내 갈등으로 이번 사태는 장기화할 것이다. 30년 역사의 이슬람 신정체제가 단기간에 붕괴되기는 어렵다.

이슬람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주류인 수니파와 달리 독특한 종교정치 사상을 가지고 있다. 종교 지도자가 정치적 권위를 가질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 종교 지도자 하메네이는 국가수반인 동시에 군 통수권자이고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단순한 정치 시스템이 아니다. 종교와 이념 그리고 정치가 합일된 체제다. 일반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까지 관장한다.

체제 전복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체제 변화의 물꼬는 트였다. 앞으로 이란은 변할 수밖에 없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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