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Out] 대한민국 건국기념사업회 이철승 회장 기사의 사진

소석(素石) 이철승( 李哲承) 헌정회 전 회장(88)은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더불어 한국 현대 정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양김과 함께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을 외치며 야당 대통령후보 경쟁에 나섰던 그는 지난 7일로 미수(88세)를 맞았음에도 아직도 매일 서대문구 미근동 소재 '대한민국 건국기념사업회'에 출근해서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1922년생인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1923년생), 김영삼 전 대통령(1927년생), 김종필 전 총리(1926년생)보다 연장자이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정국' 이후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원로 정치인의 견해를 듣고 싶어 건국기념사업회로 이철승 회장을 찾았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 대립… 與도 野도 정치가 없다”

-건강하시네요?

"이 동지, 오랜만이오.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끔 와서 찔러봐야지 않는가. 그간 적조했네. 요새는 팔래스호텔 헬스클럽에 하루 건너 한 번씩 가서 운동을 하지. 나는 이 동지도 아는 바와 같이 지금도 X·D·R시스템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네. X는 Exercise(운동), D는 Diet(섭생), 그리고 R은 Rest(휴식)야. 적당히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 먹고, 적절한 휴식을 갖는 것인데, 세 개념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건강비결이야.

-술·담배 안 하시나요?

"고려대가 막걸리 대학이지. 나는 그 전신인 보성전문 때부터 대장 노릇을 했는데 술 한 잔 안 먹었어. 술 먹고 대장 노릇 못하지. 우리 선대도 술, 담배를 안 하셨어. 그게 건강 유지의 또 하나의 기초야. 내가 모셨던 선배분들 가운데 술을 좋아한 분들은 70세를 넘기신 분이 별로 없네."

-어떤 분들이 계시나요?

"술을 많이 드신 해공 신익희 선생은 65세. 유석 조병옥 선생은 67세, 인촌 김성수 선생은 65세, 진산 유진산 선생은 69세, 홍익표 선생은 67세를 사셨어. 반면 술을 안 하신 창랑 장택상 선생은 77세, 일서 김홍일 선생은 83세, 그리고 이승만 박사는 91세까지 사셨지."

이쯤해서 정국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고려대학교 후배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먼저 물었다.

-이 대통령은 잘 하고 있는 건가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도적 맞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대한민국 건국정통세력들이 아스팔트전으로 되찾아 왔고, 그 덕에 이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어. 그런데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에 입각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체제 수호 단체들은 의아심을 갖게 됐어. 그래서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어. 그래도 이번에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북한의 핵문제와 김정일의 핵을 가진 불장난에 대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온 것은 잘했다고 보네. 대북정책도 상호주의로 잘 하고 있다고 보네."

-야당인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방통행을 하고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비판을 하는데요.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야. 여당 10년 해 놓고 지난 선거에서 500만표 차로 패배하지 않았나. 뒤졌잖아. 지금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정치를 좀 더 하는 것을 보고 나서 비판하는 것이 경우라고 보네. 한나라당도 그래. 여당 역사상 최고의 의석을 가졌는데, 국민은 그 여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다고 하네. 당내에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

-요즘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몰렸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이야기가 나오고 동시에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나는 처음부터 내각책임제를 신봉해온 사람이오. 내각책임제는 지역편중을 지양하고 축적 있는 정치를 이룩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보면 대통령제는 오히려 대통령 무책임제로 흐른 경우가 많았어. 이명박 정부는 과거 대통령제인지 내각책임제인지 확실하게 분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샐러리맨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나는 국가와 사회의 실정에 맞는 개헌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고 보네."

-최근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며 타도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김대중씨 건강이 안 좋은 것 아녀?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하려면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독재자라며 몰아내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건강이 좋지 않으면 그럴 수 없지. 그 사람은 참말이고 거짓말이고 간에 그럴 듯한 설명을 하는 게 특기인데 이번에는 밑도 끝도 없이 '독재정권'이라고 했거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래 정치를 하셨는데 인물평을 해 주시죠.

"내가 지금에 와서 사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 다만 한마디 하자면 그 사람은 상황변화에 따라서 논리 전개와 처신을 잘하는 사람이지. 그리고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을 견지하고 6·25남침을 감행한 김일성-김정일 부자 왕조세습, 북한동포의 어려움과 인권문제에 대해 한마디 없이 무조건 퍼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올바르고 균형잡힌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마디 했지요?

"그것도 문제여. '입 닥쳐'라고 하면 양김이 라이벌 의식으로 싸우는 것처럼 되는데 그러질 말고 김대중씨의 이런저런 것이 잘못됐고 이명박 정부가 독재정권이 아니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길 해야지 그냥 입 닥치라고 하면 되나."

-김영삼 전 대통령 인물평을 해 주시죠.

"나는 이 시점에서 인물평을 하지는 않겠네."

-아까 '도적맞은 10년'이라고 하셨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시죠. '잃어버린 10년'은 들어 봤어도 '도적맞은 10년'은 처음 들어 봅니다.

"이 나라의 건국이념은 자주·독립·민주·통일이여.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북한을 동반자, 동족이라고 하고 마구 퍼줬잖아. 그런데 6·25남침에 대해 배상은커녕 시인, 사과 한마디 받은 적이 있나. 미귀환 국군포로, 납북자에 대해 송환은커녕 말 한마디 한 적이 있나. 미국은 59년이 지난 지금에도 6·25 전사자 유해 발굴까지 하고 있는데 말이여. 2002년 연평해전에서 우리 장병 수십명이 죽고 다쳤는데도 문상은커녕 본인은 일본으로 월드컵 구경 가지 않았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어떻게 보시나요?

"퍽 안타깝게 생각해요. 나는 국무총리 주최 원로회의에서 이렇게 얘기했소. 노무현 대통령의 투신자살은 퍽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오. 그러나 과례(過禮)도 비례(非禮)라는 말이 있듯이 투신자살한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이나 김구 선생과 같은 배열로 국민장을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관례에 두고두고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어요."

-야당은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사과하라며 6월 임시국회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는데요.

"야당의 그런 주장을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을 것 같소. 국회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요. 당연히 원내에 들어가서 싸워야지."

-요즘 후배 정치인들을 어떻게 보세요?

"우리 때는 주고받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가서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어. 유사 이래 이렇게 여당이 흐물흐물한 적은 없지. 여당이고 야당이고 정치가 없는 것 같애."

-양김은 대통령을 했는데 같은 40대 기수론을 외쳤던 분으로서 아쉬움이 남나요?

"그 이야기 많이 들어. 양김은 거뜬히 대통령 했는데 왜 소석은 못하느냐고. 나는 그게 다 팔자소관이라고 말을 하네. 다만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면 선비집안에서 명분과 지조를 신조로 알고 살았기 때문에 안되었다고 보네…."

-회고록을 쓰신다고요?

"나도 갈 때가 됐으니 행장을 정리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모셨던 선배들은 별로 회고록을 남기신 분이 없네. 나는 일제의 억압 속에서 시작하여 해방과 건국 이후 지금까지 구세대의 막둥이요, 신세대의 맏형이라는 두 세상을 살면서 애국운동의 중심 내지 선봉장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회고록을 남긴다는 것은 한편으로 대한민국 건국사 내지 현대사를 남긴다는 소중한 의의가 있기 때문에 늦었지만 준비하고 있네."

두 시간 여에 걸쳐 육두문자를 구사하며 현 정치상황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많은 정치인들을 만날 테니 정치를 좀 잘하라고 혀"라고 주문했다.

이강렬 대기자 ryol@kmib.co.kr
◇이철승 전 의원은

이철승 전 의원은 직함이 많다. 서울 평화상 문화재단 이사장, 대한민국 건국기념사업회 회장,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 상임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3∼5대, 8∼10대, 12대 국회의원을 지낸 7선 의원이다.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 법과대 학생으로 학병 거부 등 독립운동에 나섰으며 특히 해방 후 신탁통치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부친은 제헌의원인 이석주씨다. 1960년 민주당 집권시에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으며 5·16 쿠데타에 반대하다 정치정화법에 묶여 7년여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내각제 주창론자로 신민당 당수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대로 '중도통합론'을 내놓았다가 양김과의 선명경쟁에서 '사쿠라'로 몰리기도 했다. 정구, 골프, 수영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 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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