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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인생 2모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한 이동통신사가 내놓은 이 광고카피는 참 인상적이었다. 첫 전파를 탄 게 2002년 여름 쯤이었는데, 65세 이상 인구가 2000년 7%를 돌파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직후였기에 호소력이 더 컸던 듯하다. 이후 이 말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에게 상투 문구처럼 따라붙었다.

한국보다 30년 먼저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서도 1990년을 전후해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년퇴직자를 중심으로 1990년 설립된 전문인력 파견회사 '마이스타 60'이다. 이 회사의 히라노 시게오 사장은 "나이는 등번호일 뿐, 인생에 정년은 없다"고 주장한다.

히라노 사장은 3년 전 취재차 만난 자리에서 "능력이 아직 출중한데 정년을 맞았다고 현장에서 물러난다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인생 2모작을 염두에 두고 '마이스타 60'은 처음부터 입사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정했다. 80대 사원을 포함해 500여명의 숙련 고령인력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비영리활동법인(NPO)에서도 고령자들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2001년 설립된 국제사회공헌센터(ABIC)는 정년퇴직한 상사맨, 외교관 및 관료, 은행·기업인들을 회원으로 삼아 정부관계기관, 지자체, 민간 기업·조직·단체 등에 인적 지원을 하고 있다.

ABI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등록회원 1850명이 시간과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쏟아내고 있다. 회원의 평균 나이는 65세.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회원들의 외국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고 한다. 해외진출 기업이나 외국정부의 요청에 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마침 한국에서도 전문가급 퇴직자 활용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24일 열린 '고용 및 사회안전망 대책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민간과 공공기관 출신의 퇴직 전문가들을 내년부터 동남아·중동 등 개발도상국에 파견하기로 했다. 퇴직 전문인력도 활용하고 인력 해외파견을 통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니 일석이조다.

문제는 퇴직 비전문인력이다. 퇴직 후 20∼30년을 집에만 주저앉아 있을 수 없을 테고. 그들에게 인생의 보람을 안겨줄 수 있는 사회적 해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인생 2모작은 전문인력뿐 아니라 비전문인력에도 절실한 현안 아닌가.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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