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1958년 개띠 팝가수의 갑작스런 별세가 전 세계를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급서한 지 나흘째. 하지만 아직도 지구촌 전역이 갖가지 수사(修辭)로 그의 타계를 애도하고 있다. '팝 아이콘 세계를 울리다' '100년 만에 나올 천재를 잃다' 등.

괴팍스런 언행과 약물중독, 거액의 빚으로 세인들을 놀라게 했던 잭슨. 하지만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 그가 유색인종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을 감동시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그의 등장은 버락 오바마와 타이거 우즈의 부상을 예고한 예언적 징후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실존적 의미는 역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와 함께 3대 거성으로 자리매김한 '팝의 황제'로서의 존재다. 1억장을 넘는 역사상 최다 판매 앨범에 수록된 '스릴러'(1984년)를 비롯해 한 해 동안 무려 1000만장이 팔린 '오프 더 월'(1979년), 겨우 걸음마를 하던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흉내냈을 정도로 파격적인 문 워크와 함께 빅 히트를 기록한 '빌리진'(1983년) 등 주옥 같은 히트곡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 중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벤'이다. 필 칼슨이 메가폰을 잡은 1972년 작 동명 공포영화의 주제가. 음산한 영화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심장병 수술환자 소년 대니와 쥐 떼 두목의 기이한 우정을 노래한 벤은, 잭슨이 14세 때인 잭슨 파이브 시절 부른 곡으로 지금 들어도 한없이 청아한 목소리가 아련한 옛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가사는 또 어떤가.

'벤, 우리는 더 이상 바라볼 필요가 없어/ 우리가 찾고자 했던 것을 얻었으니//

나와 함께할 친구라면/ 난 외롭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도 알게 될 거야//…중략…//

그들의 시선은 나와 달라/ 그들도 노력해 주면 좋을 텐데// 결국 그들도 다시 생각하게 될 거야/ 그들도 벤, 너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그 청아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숱한 화제와 실망, 안타까움을 팬들에게 안기고 영면했다. 한 달 후 런던에서 있을 컴백콘서트를 그렇게도 고대했다는 잭슨, 유난히 고독했던 그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바로 노래 속 벤 같은 친구 아니었을까.

윤재석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