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中道,어려운 길입니다

[백화종 칼럼] 中道,어려운 길입니다 기사의 사진

사람들은 해가 뜨고 해가 진다고 한다. 해가 지고 뜨는 게 아니며 같은 자리에 있고 지구가 해 주위를 돌면서 낮이 되고 밤이 되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그래서 지구는 제 자리에 있고 해가 지구 주위를 도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기준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설령 가운데에 서 있다 해도 그보다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의 눈엔 그가 좌익 빨갱이로 보이고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의 눈엔 우익 꼴통으로 보인다.

좌 우 협공받는 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우리 사회의 이념 과잉을 개탄하면서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사 먹고, 사교육비 절감 방안과 국립대의 지방 학생 할당 비율 인상 방안 강구 등을 지시했다. '강부자 내각' '부자들을 위한 정부'라는 세간의 이미지를 '서민을 위한 정부'라는 이미지로 쇄신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중도 강화론'과 이미지 쇄신 행보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가운데에 자리하겠다는 그에게 그의 반대쪽, 즉 왼쪽에 있는 세력들은 "위기에 처한 보수 정권의 국면전환용 쇼"라고 일축하고, 그의 지지기반인 오른쪽 세력들마저 "어설픈 쇼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대통령은 가운데 있겠다는데 왼쪽 오른쪽 양 세력이 모두 저쪽이라며 밀어낸다.

사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아니 후보시절부터 좌우 이념을 초월한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했었다. 그러나 진보 좌파 세력들은 그를 인정하려들지 않았고, 게다가 출범 초 정부 구성에서 서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줘 진보 좌파에게 공격의 명분을 제공했다. 방어에 나선 이 대통령은 보수 우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의 바람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는 모두 정반대로(Anything But Rho) 갔었다. 자신이 내세웠던 이념을 초월한 중도실용주의 대신 보수 우파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래도 가야할 길

강경파가 득세하는 게 우리 정치 문화인데다, 지금은 정권 출범초보다 이념 갈등이 더 심화돼 이 대통령이 의지를 관철하기가 한층 어려운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지금까지의 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함으로써 혼선을 빚고, 그래서 좌우 양 진영 모두로부터 협공을 받아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다는 위기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주의라는 초심을 꼭 관철해야 한다. 27개 OECD 회원국 중 갈등지수가 4위인 지금의 시대착오적인 상황은 북핵 문제나 경제난 등 국정 과제를 푸는 데 너무 비효율적이며 국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꼭 극복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집토끼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악어의 눈물이라는 조롱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국민 절대 다수가 중도실용주의를 지지한다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 이념의 차원을 떠나 따뜻한 가슴으로 소외계층을 보듬고,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혀 자신보다 왼쪽에 있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정책과 인사 등에서 불신의 벽을 허물어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만일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와 행보가 쉽게 꺾이거나, 국민들 눈에 진정성이 없는 국면전환용 이벤트 정도로 비칠 경우 이 정권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