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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개그맨, 개그계의 대부 등으로 불리는 전유성씨는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과연 그에게선 엉뚱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 근저에 깔린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사고(思考)로 사물에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 혹은 역발상이다.

이를테면 그가 만들어낸 KBS TV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통칭 개콘)'. 그전까지 TV 코미디 프로는 '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드라마형 콩트를 이어붙인 방식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청중을 방송국에 불러들여 개그맨들이 방청객과 직접 교감하면서 심지어 앙코르까지 시도하는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를 도입했다.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의 '어록'은 또 어떤가. 절로 무릎을 칠 만큼 절묘하거나 의표를 찌른다. 얼마 전 TV에 출연한 그는 마음껏 술을 마시자는 뜻으로 "나라 잃은 백성들처럼 마셔보자"고 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친구와 우연히 만났을 때 "언제 밥(술) 한번 먹자"라는 인사 대신 "사우나나 하러 가자"고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열이면 아홉은 빈말이 될 게 뻔한 밥과 술 대신 같이 목욕하러 가자는 게 훨씬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거였다.

그런 전씨가 오는 14일 초복을 맞아 개를 위한 무료 콘서트를 연다고 한다. 복날에 희생되는 개들을 위한 위령제는 아니고 '이젠 애완견도 문화생활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우선 개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것(나중엔 그림도 무용도 가르치겠단다). 다만 콘서트 장소가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여서 콘서트 이름은 '개나 소나 콘서트'라고.

하지만 이름이 그렇다고 해서 허접스런 콘서트는 아니다. 60인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출연하고 양희은씨 같은 유명 가수도 나온다. 선곡도 걸작이다. '개가 꿈꾸는 세상을 위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과 '복날이라도 기죽지 말라는 뜻'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이 연주된다. 한마디로 확실한 '전유성표' 콘서트.

한 인터뷰에 따르면 전씨의 꿈은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을 개그로 치료하는 개그테라피스트(gag-therapist)가 되는 것. 이를 위해 자장면 배달하듯 사람들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 개그를 하는 '배달 코미디'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이뤄지면 좋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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