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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6월 30일. 홍콩섬 해변의 홍콩컨벤션센터에 1만2000여명의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모였다. 99년만에 중국으로 반환되는 '식민지 홍콩'의 마지막 취재를 위해서였다. 하이라이트는 영국군 연병장에서 열린 영국 국기 하강식. 찰스 영국 왕세자와 보도진, 홍콩인들의 주시속에 '유니언 잭'이 99년의 휘날림을 마치고 내려졌다.

다음 날 찰스 왕세자는 마지막 홍콩 총독 크리스 패튼과 영국 왕실 요트 '브리태니아'호에 올라 천천히 홍콩항을 빠져나갔다. 이 순간을 지켜본 홍콩인들의 심경은 복잡했다. 오랜 식민 통치에 대한 애(愛)와 증(憎), 중국과의 동거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 탓이었다.

그날 홍콩을 접수한 중국은 민심수습책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 '오십년불변(五十年不變)' '항인치항(港人治港)'의 3대 원칙을 제시했지만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진 못했다. 그후 언론정책과 홍콩기본법 23조(국가보안법), 입법회 직선제 등을 둘러싸고 정정 불안은 수년간 지속됐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 아시아 본사들의 잇딴 철수와 경쟁도시 싱가포르의 약진, 상하이의 추격으로 홍콩은 퇴조의 빛이 역력했다.

최근 홍콩을 보는 시각은 확 달라졌다.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며 용트림하는 홍콩에 대해 전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상콩(Shangkong)'이란 신조어가 나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콩'은 상하이와 홍콩을 결합한 용어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가튼 교수가 쓴 말. 그는 "경기가 회복되면 뉴욕과 런던은 상하이와 홍콩이 결합된 '상콩'이라는 새로운 경쟁상대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콩의 대두엔 중국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중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에서도 세계 중심이 되길 소망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그 시기를 앞당겨주고 있다. 경제 자유도 세계 1위인 홍콩의 소프트웨어와 상하이의 장점을 서로 보완하면 빠른 시일내에 뉴욕 런던을 능가할 국제 금융 중심지로 만들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홍콩 반환 12주년인 지난 1일부터 홍콩과 중국간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 것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상콩이 금융 패권마저 노리는 중국의 꿈을 과연 실현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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