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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임한창] 木鷄의 교훈

[삶의 향기―임한창] 木鷄의 교훈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국내 가톨릭 신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30대와 40대 신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 숫자는 통계청이 각 종교단체의 보고를 토대로 10년마다 발표하는 종교인 인구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주교회의가 전국 성당의 자료를 수집한 것이라고 하니 공신력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가톨릭의 성장세는 괄목할 정도라고 한다.

2005년 통계청의 종교인 조사를 보면, 개신교인의 수는 10년 전에 비해 14만4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톨릭에 비해 수적 우세를 자랑해 왔던 한국교회가 일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타 종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제·봉사에 앞장서 왔는데도 성장이 둔화된 것은 충격적이다. 원인이 무엇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교회에 융단폭격을 가해 온 안티 기독교 세력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교회의 약점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공격에 대해 너무 미숙하게 대처해온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투른 대응 기술로 인해 항상 교회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이 집무실 벽에 걸어놓고 인생과 사업의 교훈으로 삼았다는 목계(木鷄)의 교훈을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목계란 이름 그대로 '나무 닭'이다. 목계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싸움닭 훈련의 명수였다. 한번은 왕으로부터 최고의 싸움닭을 만들어보라는 명을 받았다. 그는 사나운 닭을 골라 열흘 동안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그러자 닭의 기세가 등등해져서 닥치는 대로 공격을 해댔다. 열흘쯤 더 훈련을 받은 닭은 무슨 소리만 들려도 부리를 세워 공격자세를 취했다. 임금이 기성자에게 물었다. "저 정도면 진짜 싸움닭이 아닌가." 기성자의 대답. "아직 멀었습니다." 기성자는 열흘 동안 더 훈련을 시킨 후 왕에게 싸움닭 훈련이 대충 끝났다고 보고했다. 왕은 마당 가운데 나무처럼 멀뚱하게 서있는 닭을 보며 기성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훈련이 끝났단 말인가. 내가 보기엔 나무토막 같은데….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약해 보이는걸."

기성자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언뜻 나무닭처럼 보이지요. 저 닭은 다른 닭들이 소리를 지르고 덤벼들어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거칠게 공격자세를 취해도 반응이 없습니다. 결국 공격하던 닭들이 제 풀에 지쳐 슬그머니 물러가 버립니다. 싸움이 되질 않습니다. 이것이 최고의 싸움 기술이지요. 싸움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하는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배워야 할 목계의 교훈이다.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왜 없겠는가. 사회를 위해 가장 많은 봉사를 해놓고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핀잔 뿐이니…. 그런 것에 일일히 대처하다 보면 오히려 오해만 증폭되고, 상처만 커질 뿐이다. 안티 기독교 세력은 항상 교회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 반응을 보고 또 새로운 공격을 만들어낸다.

최근 한국교회에 전도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새 신자를 얻기 위해 총력을 쏟는 교회도 많다. 300만 신자운동, 500만 신자운동을 전개하는 교단도 있다. 그러다 보면 공격적인 선교로 인해 외부의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음해와 공격에 대해 목계처럼 초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차원높은 전략이 필요하다. 목계의 교훈을 실천하면 좀 더 편안한 가운데 교회부흥을 기대할 수 있다. 가톨릭의 성장을 교훈 삼아 새로운 부흥의 불길이 한국교회에 일어나길 기대한다.

임한창(종교국장) hc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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