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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선계곡은 1998년 폭우로 상단부가 크게 훼손됐다. 사태로 거목들이 뿌리째 나둥그러지고 등산로는 형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듬해인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이 일대에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된 건 자연스러운 일. 그동안 등산객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작년 5월부터는 2년 동안 시범적으로 '탐방예약 가이드제'가 도입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칠선계곡을 2027년까지 '특별보호구'로 지정한 데 따른 것. 이에 따라 탐방객들은 예약을 한 뒤 안내에 따라 산행을 하게 된다. 등산은 연간 5∼6월과 9∼10월 넉달만 허용된다. 이 기간 중 월·목요일에는 칠선계곡을 따라 천왕봉으로 올라가기, 화·금요일에는 반대로 천왕봉에서 내려가기를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주민들과 공단측이 머리를 맞댄 끝에 이끌어 낸 결과다. 바람직한 선례로 꼽힌다. 올 10월 이후에는 등산로 운영 방식을 놓고 쌍방이 다시 의견을 조율하게 된다. 이에 앞서 등산객을 상대로 민박집 등을 운영해 생계를 꾸리던 주민들은 자연휴식년제가 끝나자 등산로 전면 개방을 거세게 요구했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칠선계곡만큼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게 해서는 안된다고 공단에 주문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올 상반기 마지막으로 칠선계곡을 올라가는 산행이 진행됐다. 하늘에서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돌아갔다는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의 초록 물빛과 상큼한 숲 내음…. 오르막길을 계속 걷다 보면 몸속의 모든 찌꺼기가 빠져나가는 듯하다. 등산로 옆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층폭포, 마폭포에서 그냥 떠 먹는 지리산 물 맛이란! 여름날 칠선계곡은 그야말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하지만 요즘 지리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케이블카 설치다, 댐 건설이다 해서 산 아래 동네가 시끄럽다. 관련 중앙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말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댐의 경우 수몰될지도 모르는 마을과 먼 지역의 반응이 엇갈린다. 부디 자연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추성리 사람들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미 보여줬던 것처럼.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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