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家計 내실 다지려면 기사의 사진

최근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가계의 부채 조정, 금융권의 손실 지속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문에서도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계가 취약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 가계의 재무적 여건은 여러 이유로 인해 악화되어 왔다. 우선 가계 부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채무상환부담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2008년 가계신용 규모는 688조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도 76%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를 웃돌았다.

빚 상환부담 갈수록 늘어

이러한 가계부채 확대는 외환위기 이후 안정성이 높은 가계대출을 확대하려는 금융기관들의 행태와 저금리 및 주택가격 상승에 의한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기인한 바 크다. 가계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지난 5월 현재 0.8%로 전반적인 부실화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나, 부채규모 확대로 인한 높은 채무상환부담은 가계에 큰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중 가구당 신용 잔액은 4128만원에 달했으며 장기적인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금융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은 2008년 말 1.5배로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경우 원리금상환부담률이 20%를 넘어서고 있으며 연간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자지급액도 13.5%에 달하고 있다.

가계부문 취약성은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저소득층 등 신용취약계층의 부실 문제는 2003∼2004년의 카드버블 해소기간 중 일단락됐으나 이후에도 사정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 1분기 중 소득최하층인 소득 1분위 계층의 흑자율은 -80%로 쓰는 것이 버는 것보다 많아 차입에 의한 소비가 불가피하다.

높은 사교육비와 조세 및 각종 준조세 부담도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올 1분기 중 각종 가계지출이 감소한 반면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GDP 대비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을 나타내는 국민부담률은 90년대 20% 미만에서 2007년 28.7%로 높아졌는데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고용사정마저 악화되면서 가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작년 중 3% 초반에 머무르던 실업률은 올 들어 5월까지 3.8%로 상승했다. 특히 취업자는 일용직 및 비정규직에서 크게 감소해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하에서 최근 OECD는 내년도 우리 가계의 저축률이 세계 최저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고의 저축국가였던 한국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종 부담으로 인해 저축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주택가격 안정은 필수조건

가계의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고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많은 나라에서 주택가격과 가계의 대출은 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시장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도, 경기대응적인 그때그때식 풀어주기도 아닌 합리적인 부동산 제도 아래서 안정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공교육 강화도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사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경감하도록 해야 한다. 가계도 작금의 교육열이 과연 진정한 가치관을 함양하고 자율적인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이 미래를 위한 인적 투자라고는 하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투자는 효율성이 지극히 낮은 것 같다.

정형민(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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