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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과 에리히 호네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김 주석은 북한, 호네커는 동독이라는 분단체제하의 사회주의 국가를 장기간 통치했다. 통치 기간은 김 주석이 49년, 호네커가 18년이다. 1912년에 태어나 94년 82세의 나이에 숨을 거둔 것도 공교롭게 같다.

두 사람의 말로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호네커는 비참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쌓았던 베를린 장벽이 89년 무너지자 권좌에서 물러난 뒤 소련으로 잠시 망명했다가 통일독일로 송환돼 구속됐다. 동독 공산당 서기장 시절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처형된 동독인 가족들이 그를 살인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간암으로 고생하던 그는 병보석을 얻어 93년 칠레로 망명했고, 그 이듬해 5월 칠레에서 쓸쓸히 숨졌다.

그의 죽음에 대한 반향은 거의 없었다. 독일언론도 양독관계에 개선에 기여한 공(功)과 비밀경찰제도를 강화한 과(過)를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이다.

호네커가 숨진 지 40여일 뒤인 7월8일 김 주석이 사망했다. '급병으로 서거했다'는 게 북한의 발표였다.

60년대부터 본격 추진한 우상화 작업이 효과를 본 탓인지 10여일의 애도기간에 김일성 동상 등을 찾아 조의를 표한 북한주민이 연 2억1200여만명이라고 북한 언론은 전했다. 당시 북한 인구가 2000여만명이었으니, 한 사람이 10번 정도씩 조문한 셈이다. 장례식은 평양의 모든 거리를 가득 메운 200여만명이 오열하는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오늘로 김 주석이 숨진 지 15년이 됐지만 북한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인민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돼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김 주석 사망 보도문대로 김 주석을 찬양하는 홍보물이 북한 전역에 걸려 있다고 한다. 각종 추모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김 주석의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 들어 핵실험과 단·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무려 7억달러나 썼다. 북한의 식량난을 2년 이상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3남 정운에게 '3대 권력세습'도 진행 중이다. 김 주석은 6·25 전범(戰犯)이다. 여기에다 '해괴한 정권을 세워 대를 이어가며 북한 주민을 괴롭힌 죄'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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