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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종출] 藥大 정원,수요에 맞게

[시론―이종출] 藥大 정원,수요에 맞게 기사의 사진

현대는 무한경쟁시대다. 우리 모두는 소속 집단 안에서 경쟁하고, 또 집단 사이에서도 경쟁한다. 기업 상호간, 지자체 상호간, 넓게는 국가 간에도 치열한 경쟁이 존재한다.



지난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2010학년도 약학대학 입학정원의 총원을 확정, 발표했다. 의료 인력의 지역편중을 해소한다고, 친절하게 지역별 쿼터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서울지역은 인구 1만7800명 당 약대 정원이 1명인데 비해 부산지역은 3만명 당 1명이 배정되었다. 전남·광주권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인구, 조제 건수, 약국 수, 제약사, 도매상 수 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어디에 가중치를 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醫大 정원 절반 수준에 불과

28년 만에 증원하면서 고작 390명을 늘렸다. 총원은 의대 정원 3100명의 절반에 불과한 1600명이다. 전국에 병원 수가 많은지, 약국 수가 많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네마다 있는 약국보다는 필히 병원 수가 적을 것이다. 약사, 제약회사, 약학 연구인력 등 배출에 필요한 약대정원이 의대 정원의 반 정도라니….

정부 발표는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되어 2년 동안 배출하지 못하는 인력정도만 증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쉽게 말해 현재의 약사 희소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희소가치가 높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약사자격증을 가진 사람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다.

경쟁이 없으면 퇴보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1980년대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을 되돌아 보라. 공급보다 수요가 많았던 그 시절 아파트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프리미엄이 붙고 불법거래, 탈세가 난무했다.

약사자격증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모자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면허를 대여한다든지, 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조제를 한다든지….

자격이나 면허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다. 어느 자격이나 면허도 수요에 따른 적정한 공급이 필요하다. 한 해에 사시합격자가 100∼200명 나왔던 시절엔 상류층마저도 법률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다.

사시 합격자수가 1000명이 넘으니 비로소 경쟁시대가 되었다. 경쟁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 취득 후에도 좀 더 노력하게 되고, 해외 로펌시장에 눈을 돌리게 되고, 전문분야로 특성화하게 되고, 좀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기술사, 교사 심지어 의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도 온실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지 않다. 약사도 당연히 경쟁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신약개발에서 국가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다. 약학 전문인력을 대거 배출하여 신의약품개발에 경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어불성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약학 연구는 생명과학의 융성과 더불어 그 영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해약재 연구 등 영역 확산

일례로, 요즘 약학 연구는 인류의 마지막 보고인 바다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선진국 약학 연구분야에선 이미 인류 건강에 유익한 신비로운 물질이 풍부할 것으로 여겨지는 바다에 대한 탐사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심해저를 대상으로 인류에게 무병장수를 가능케 하는 신약 물질을 발견하고 추출하는 사례가 새로운 연구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계제에 단견적이고 이해에 얽매여 약학 인력 수급을 확정한다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 같은 견지에서 약대 입학정원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정부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약대 정원 조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고되길 바란다.

이종출 부경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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