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우승미 소설 ‘날아라,잡상인’ 기사의 사진

밑바닥 청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개그맨 출신의 스물아홉 살 지하철 잡상인, 떠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갑내기 여성. 결함 투성이인 두 청춘의 만남에도 웃음이 피어날 수 있을까.

2009년 제3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우승미(35)의 장편 '날아라, 잡상인'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좌충우돌하며 건강한 웃음과 행복의 조건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가이기도 하다.

철이는 개그맨으로 반짝 데뷔했지만 웃기지 못해 퇴출당하고 대학로 극단에서도 밀려난다. 방구석에 죽치고 지내다 할머니 조지아 여사의 권유로 지하철 잡상인계의 살아있는 전설 '미스터 리'의 제자로 들어가지만 역시 재주가 없어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판매할 칫솔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지만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승객들이 대부분이다. 철이는 알았다. 지하철에서 수레를 끌고부터 사람들이 자의로 감각을 닫을 수도 있다는 걸.

그러던 어느날 철이는 지하철 안에서 수지를 만난다. 그녀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임신까지 한 자신의 딱한 처지를 적은 코팅 종이를 승객들에게 돌리며 모금을 하던 중이었다. 영업을 방해했다고 불쾌해하던 것도 잠시, 철이는 한 승객이 무릎 위에 놓인 코팅 종이를 바닥으로 매몰차게 내던지는 것을 보고는 칸칸을 돌며 번 전 재산인 1000원을 마법에 걸린 듯 수지에게 선뜻 건넨다.

그것이 인연이 돼 둘은 잡상인과 바람잡이로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칫솔을 판다. 수지는 전에 사귄 남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지만 철이는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급기야 그녀의 집으로 들어간다. 수지 집에는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데다 앞까지 못 보는 남동생 효철과, 자원봉사하러 들렀다 그의 애인이 된 씩씩한 대학생 지효가 함께 살고 있다. 철이는 그곳에서 수화와 점자를 배우며 그들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 간다.

수지 아이의 아빠가 되겠다고 결심한 철이는 지하철 잡상인 생활을 접고 코미디언의 꿈을 좇아 극단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그는 잡상인 생활을 떠올리며 승객들에게 말한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것은 수치심임다. (중략) 우리의 한계를 인식하게 해 주고, 우리가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건전한 수치심을 1000원짜리 한 장에 드립니다."(241쪽)

수지가 팔았고, 철이가 팔려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마음을 여는 '수치심'이었다. 작가는 하찮아 보여도 타인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것처럼 보이는 청춘들이 엮어가는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그들의 삶을 슬프거나 우울하게 그리지 않는다. 남루하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따뜻하고 풍요롭다.

작가는 "인공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려다 실패한 인물이 여러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관계하면서 이해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정영훈은 "'불행한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불행한 삶의 조건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꿈꾸고, 반어를 통해 불행을 행복의 조건으로 바꾸어 놓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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