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고 말하고 있다. 부자에게는 참 절망적인 이야기다. 영생의 방법을 묻는 부자에게 예수는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을 따르라고 하자 부자는 고개를 가로젓고 떠났다. 일반적으로 부자에게 있어 돈을 벌기보다 돈을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기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귀신도 부린다는 돈은 요망한 것이어서 모으기도 어렵지만 나누기는 더욱 어렵다. 몇 십만원은 나눠 쓸 수 있으나 그 단위가 억으로 넘어가고 그게 백억 단위로 가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도 나누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로또 복권에 당첨된 뒤 풍비박산하는 가정의 모습들이 이를 대변해 준다. 심심찮게 재산을 둘러싸고 부부·부자·형제 간에 벌이는 '패륜 소송' 이야기를 신문 사회면에서 읽는다. 돈은 소금물 같아서 한번 들이키면 계속 물을 먹어야 하는 고약한 속성을 갖고 있다.

재벌급 정치인도 나눔엔 인색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후보 시절 약속한 대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한 331억4200만원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정치권에서는 자기 입맛에 맞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 가운데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사례는 못 본 것 같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모 전직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장애인 표를 겨냥해 그들을 위해 토지를 기증하겠다고 했다가 낙선을 하자 나중에 없는 것으로 해 비난을 받았다. 그 후 그 토지를 처분했지만 당초 약속과는 전혀 다른 곳에 사용했다.

언젠가 칼럼에서 밝혔듯이 모 전직 대통령에게 대통령 후보 시절 자택을 포함한 전 재산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놓을 것을 모 인사가 건의했었다. 당시 경제상황이 대단히 어려웠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의 재산 헌납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훌륭하게 임기를 끝내고 청와대를 빈손으로 걸어 나올 때 모든 국민들이 모금을 해서 집을 사드릴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보는 천장만 바라볼 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내놓을 재산이 없었는지 아까워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한국 재벌들의 섬색함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정치인들도 이에 못지않게 나눔에 인색하다. 지역구의 표를 의식해서 무늬만 장학재단을 만드는 이들은 더러 있으나 수백 수천억원대 재산가인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단돈 몇 천만원조차 조건 없이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행동보다 말이 천리를 앞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재산을 나누는 자선과 희생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 같다.

수의엔 호주머니가 없다

땀과 성실함으로 정당하게 부를 축적한 기업들이 소시민들로부터 백안시당하는 것은 역시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산을 대물림하기 위해 아들 손자들에게까지 불법 탈법 증여를 하는 부자들은 그들이 쌓은 부가 있기까지 도와준 사회에 대단히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수천억원대의 사회공헌 기금을 냈거나 내고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도 그들이 범법자로 법정에 서지 않았다면 과연 그 아까운 재산을 헌납했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이 살 만한 것은 큰 태양이 아닌 작은 반딧불들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프로골퍼 최경주·김미현,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 월드컵 4강 주역 홍명보, 연예인으로 50억원 이상을 기부해온 가수 김장훈, 최근 기부천사로 밝혀진 가수 박상민, 국민 여동생 문근영, 국내 개인 기부 최고액인 350억원을 기증한 송금조 ㈜태양 회장,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카이스트에 300억원을 기부한 미래산업 정문술 창업주, 50억원을 출연한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 다음세대재단에 50억원을 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대표와 임원들, 그리고 이름을 잊은 작은 식당의 욕쟁이 할머니, 김밥집 아주머니, 삯바느질집 아주머니와 같은 기부천사들이 있어 우리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죽어서 입고 가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죽으면서 노잣돈으로 단돈 1만원도 못 가져가는 공수래공수거의 삶이 우리의 인생인데 가진 이들은 너무 각박하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한 구절, "나는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처럼 생의 마지막 날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돈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기회에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기업인들과 정치인들도 이 대통령, 그리고 앞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기부천사들과 함께 '아름다운 기부행진'에 동행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그러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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