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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MB의 도박,HC의 도박

[백화종 칼럼] MB의 도박,HC의 도박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MB)과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HC)가 요즘 부쩍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종래 당 소속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야당 사람 빼가기"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HC가 지난주엔 "보수적 가치의 정책 공조라는 틀 위에서라면 좋다"고 선회했다. 때맞춰 심대평 선진당 의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 HC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인사들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MB의 충청권 껴안기 작업은 지난달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이 지역 출신들을 기용하면서 감지됐었다. 또 한나라당과 선진당은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에 민주당을 따돌리고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장단을 맞췄다.

보수 대연합과 HC의 큰 꿈

MB와 HC,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관계가 문자 그대로 만에 하나라도 합당 등으로까지 발전한다면 이는 1990년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민주당, 김종필의 자민련 등 3당이 합당한 것과 닮은꼴이다. 그때나 이번이나 똑같이 진보성향이며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제1야당을 고립시키는 보수대연합이자 지역연합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때 노태우 김영삼 양쪽 모두가 대권을 놓고 했던 도박에 못지않은 MB와 HC의 모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HC의 입장부터 보자. 두 번의 석패를 포함하여 세 번 씩이나 대통령 후보를 했던 그가 정치권에 남아 있는 것은 원내교섭단체도 못 되는 제3당의 총재를 하거나 국회의원 배지나 달고 있자 해서가 아닐 터이다. 봉황, 즉 못 이룬 꿈에 미련이 남아서일 게다. 그래서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이는 HC로선 여당 대통령 후보를 겨냥하여 둔 바둑으로 봐야 한다. 그로선 한나라당 내에 자신의 세력이 아직 남아 있고, MB와 박근혜 전 대표 사이를 비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정치공학 아닌 순리 따라야

다음 MB의 입장에선, 아직은 HC를 자신의 승계자로 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당장 국정운영에서 HC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충청권의 민심을 당기는 데도 그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호의적이지 않은 박 전 대표를 무력화 내지는 긴장시켜 협조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을 함직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박 전 대표의 불신을 더 키워 노골적인 반대 세력으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주류 내에서도 대권과 입각 등 크고 작은 꿈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우려가 없지 않다. 민주당의 더 거센 반발과, 인위적 정계개편 및 지역 연합에 대해 "야합"이라는 비난이 따를 수도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손을 잡을 경우, 물론 적어도 한 사람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동상이몽이 돼 HC로선 자칫 끈 떨어진 연이 될 수도 있으며, MB로선 생각지 않은 사람에게 밥상을 차려주거나, 걸림돌들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도박이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도박이 실천에 옮겨질지는 아직 모른다. 구체화되지 않은 걸 가지고 왈가왈부하거나 성패를 예단하는 건 위험한 짓이다.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모든 걸 국민의 눈에 맞추고 명분과 순리에 따라야지 눈앞의 어려움을 풀겠다고 정치 공학적으로만 접근하다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여론의 지탄을 받는 등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점은 짚어두고 싶다. 정치가 숫자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멀리 갈 것 없이 지금의 무기력한 공룡 여당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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