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그는 자살 말았어야 기사의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이 10일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한국 역사에서 임팩트가 매우 큰 사건이었다. 순간적으로 많은 것을 뒤바꿔 놓기도 했다. 그를 향해 덩달아 욕을 하던 사람들이 운구차 앞에서 미안하다며 통곡을 했고, 앞차가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빵빵거리며 신경질 내던 사람들이 몇시간씩 뙤약볕에 줄을 서서 조문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아무 한 일이 없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선 것은 실소를 자아내게 할 정도다.

이제 안장식이 끝나면서 국민들도 서거 직후의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그가 국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거라고 하지만 슬픔이 그렇듯이, 그에 대한 기억 또한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그가 생각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 것이고, 원망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정파간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자살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 같은 사람도 살아있는데 그만한 일로 왜 죽느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처럼 수모와 좌절을 견뎌 나갔다면 어땠을까.

노 전대통령 재임 시절의 공과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다만 그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성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직 당시 이회창 대선후보보다 노 후보에게 인간적으로 더 끌린다고 고백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배 곯던 어린시절 어렵게 구한 빵 한 개를 반씩 나눠 먹자는 친구에게 나눠 먹으면 둘 다 배고프니 너 혼자라도 배부르라며 한사코 사양했다는 얘기가 있다. 타고난 착한 심성과 강한 자존심 때문인지 그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잘못도 못 견뎌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박연차씨에게 돈을 받은 가족과 측근의 불법을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여겼다.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그가 더 아파했다. 그가 느낀 좌절과 자책의 무게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그는 수모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가족과 측근들의 결박을 풀어주려 했던 것일까. 그의 죽음을 마지막 정치적 승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 자살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인간은 결코 남의 죄를 대신 질 수도 없고, 자신의 죄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진심으로 깊이 회개하면 죄를 용서받고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그는 잘못을 저질렀다. 감당하기 힘든 고난 속에서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만일 크리스천이었다면 결코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모와 억울함과 좌절의 긴 터널을 버텨내면 후에 모든 것이 회복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은 절대 자살하지 않는 법이다. 자살은 단호하고 엄격한 금지사항이기도 하다.

우리는 훌륭한 지도자 한 사람을, 천하보다 더 귀하다는 한 영혼을 잃었다. 착한 그의 심성에 신앙의 씨앗이 뿌려졌더라면 우리는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던 풍경과, 촌스런 발가락 양말과, 비행기에서 기압조절을 하느라 빵빵하게 볼을 부풀리던 그를 더 오래 볼수 있었을 것이다.

신종수 정치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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