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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먼저 가봤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돌아온 관광객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수려한 자연 풍광에 고대 로마와 중세 르네상스의 발현지답게 발 닿는 곳, 눈 가는 곳이 모두 역사의 유적이요, 넘쳐흐르는 게 문화유산이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에 '명품' 쇼핑까지. 관광객들이 마음을 뺏기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할 터.

관광 말고도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패션이다. 실제로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금세 눈에 띄는 특색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의 옷차림이 성별이나 나이, 옷값 등에 관계없이 나름대로 개성적인 멋을 물씬 풍긴다.

워낙 '패션 강국'이라 그렇게 느껴졌을지 모르나 적어도 청바지와 스니커즈, 샌들 같은 몰개성적 아메리칸 스타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탈리아인들에게는 뛰어난 패션감각의 유전자가 있는 것 아니냐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릇 매사가 그렇지만 이탈리아(인)에도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부정적 측면의 대표격이 서비스 개념 부재다. 공공부문이건 민간부문이건 마찬가지. 이탈리아에서 오래 산 사람들에 따르면 우체국이나 은행 같은 곳의 직원들은 고객이 길게 줄 서 기다리건 말건 사적인 전화 하고 동료와 잡담하고 제 할 짓 다 한다. 인터넷을 설치하려면 신청하고 1∼2개월 기다려야 하는 건 보통이다.

행정서비스도 같은 수준. 인터넷에 올라온 견문기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등록을 하려면 집주인에게 거주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집을 구해 거주 확인서를 받으려면 외국인 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볼 때 한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꼭 이 같은 '이탈리아식 부조리' 탓은 아니겠지만 이탈리아가 최근 국제적 망신을 샀다. 지난 10일 폐막된 G8 정상회의가 주최국 이탈리아의 준비 부족으로 '카오스 회의'라는 비난을 산 것.

오죽하면 차제에 G8이 이탈리아를 빼고 G7으로 가거나 '선수 교체'를 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영국의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연히 발끈해 "(가디언이야말로) 주요 일간지 목록에서 삭제돼야 할 신문"이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정상회의의 의제마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니 아무래도 그건 좀 너무했지 싶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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