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권영준] 경제와 親서민 정치 기사의 사진

올 하반기는 경제 및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우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반기에 2∼3% 이상의 성장을 해야 하는데, 환율 효과로 인해 상반기에 나타났던 대기업들의 수출 효과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천문학적 재정투입 효과가 이미 약발을 다했다는 체념론은 다우지수가 현재보다 50% 이상 더 폭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 경제의 최대 암초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 수요가 기승을 부려 이미 경기 침체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 없는 한국은행과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더욱이 부자 및 대기업 감세 공약으로 출범한 MB 정부가 드디어 내년도에는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의 40%에 육박하는 400조원에 이르고, 연간 이자만도 20조원이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투자촉진 효과 별로

청와대는 지난 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민관합동회의를 통해 대기업의 투자 확대에 목을 매고 있는 바, 시장원리로 부실 경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전한 인수·합병(M&A)조차 불가능하게 하는 포이즌필(독약처방) 도입을 약속하는 등 재벌 대기업들의 온갖 소원수리를 들어주었다. 나아가 감세 정책과 경기 위축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조세 지원 및 국책은행 등을 통한 유사 공적자금 성격의 사모펀드를 통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그동안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금산 분리를 완화하는 등 재벌들의 염원을 들어주었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의 투자촉진 효과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다시 정부가 대기업들의 바지가랑이를 붙잡으면서 투자를 호소하지만, 예상투자 수익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결코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의 속성상 이번 조치 역시 재정적 부담만 증대시킬 뿐 하반기 투자와 고용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해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한 효율적 정책을 도모해야 하는데, 그런 지혜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는 친서민적 중도 강화론을 제시한 대통령의 의지가 정책으로 나타나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기업에서조차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면서 비정규직법을 밀어붙이고 나아가 미디어법안에 목을 매는 정부·여당을 보는 서민들의 심정은 대단히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제 곧 61주년 제헌절이다. 국민들의 여론과 동떨어진 정치를 무소불위의 힘으로 밀어붙여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제왕적 대통령 단임제인 현행 권력 구조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대세를 이루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부자 감세와 대운하 논쟁, 나아가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민의와 동떨어진 정치가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책임제 하에서도 그대로 추진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왜 개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용효과 큰 中企 활성화해야

더욱이 인터넷 정보화로 인해 쌍방향 소통을 간절히 원하며 직접민주주의적 정치에 목말라하는 네티즌이라는 신시민(新市民)들과,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형식적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반민주적이고 특권적인 엘리트의 통제권에 의해 점점 더 많이 지배되고 있는 포스트 민주주의와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헌법적 제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MB 정부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MB 정부 임기 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개헌된다면 그것만으로도 MB 정부는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칭찬한 한국 모델이,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서도, 외형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적 내용에서도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권영준(경희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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