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여행 때 지방공항의 출입국심사 과정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느꼈다. 여권과 항공권을 보여주고 심사대를 통과했는데 1∼2m 지나 다른 직원이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말이 재확인이지 보는 둥 마는 둥 그냥 받았다 돌려주는 수준이다. 참으로 쓸데없는 절차였다. 이런 비효율이 남아 있다니 역시 중국은 중국이군. 일행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래도 의아해서 나중에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봤더니 기자가 어렴풋이 짐작했던 답변을 내놨다. 인력은 남아돌고 일자리는 없으니 억지로 만든 자리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불황에 허덕이면서 실업자 문제가 공통의 고민거리다. OECD 평균실업률이 지난 5월 기준으로 8.3%에 달했고, 미국은 6월에 9.5%로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실업률이 3.9%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금융연구원은 지난 12일 자료에서 유사실업률이 7%대 중반이라고 밝혔다. 실업자는 취업을 희망하면서도 하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최근 1주일(미국은 4주) 안에 한 번이라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취업희망자로 간주된다. 구직포기자, 즉 실망실업자는 실업자가 아닌 셈이다. 이들을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의 배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모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5년마다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장 절박하고, 그래서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가져오는 실업문제가 앞으로 상당기간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이미 고효율로 접어들어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통행이 확대될수록 톨게이트 종사원은 감소할 것이고, 할인매장들은 점원이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쇼핑카트만 통과하면 구매액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ARS가 보편화되면서 전화 안내원은 이미 필요없게 됐다.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르면 10억원 투자시 창출되는 일자리는 1995년 24.4개에서 2005년에는 14.7개으로 10년 만에 10개가 줄었다. 기술의 발달로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미국 시사잡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공동편집인인 경제학자 로버트 쿠트너는 자본주의에서 '효율성'을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아담 스미스식' '케인스식' '슘페터식'이 그것이다. 먼저 스미스식은 대부분이 추구하는 것처럼 저비용으로 많은 이득을 남기는 전통적 효율성이다. 반면 케인스식은 여기에 고용 변수를 가미한 것으로, 충분한 고용이 이뤄져야 경제가 효율화된다는 것이다. 즉 스미스식 효율성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됨으로써 소비가 줄고, 이는 다시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자본주의가 결국 비효율화된다는 얘기다. 슘페터식은 여기에다 돈과 인력 운용의 여유까지 강조한다. 당장은 헛돈처럼 여겨지더라도 기술개발을 위해 돈을 여유있게 쓰고, 직원들이 느슨해 보이더라도 숨을 돌리게 해야 창조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효율성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을 찾는 일이 정부나 경영자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실업자가 많은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좋은 경제는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는 경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당장의 효율성에만 매몰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에서 효율은 추구해야 할 가치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광풍처럼 몰아치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인력감축을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오히려 고용을 늘리면서 흑자를 내는 곳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민간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공부문까지 그렇게 서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공기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민영화를 한다지만 결국 효율화의 주된 수단은 인력감축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인데 그들은 또 어디로 가는가.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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