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조용래] 일본 자민당


전후 일본 정치가 세 번째 극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1955년 자민당의 탄생, 이른바 '55년 보수 대연합체제'의 등장이다. 반전·평화·호헌을 주장하는 사회당 공산당 등 혁신정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일본민주당과 자유당이 합당한 것이다. 자민당 1당 독주체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두 번째는 1993년 7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참패 이후다. 자민당은 군소 연합정당들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두 번째 전환기는 싱겁게 끝났다. 자민당은 10개월 만에 연립정권의 멤버로 복귀했고, 1996년 1월엔 연립정권의 총리를 다시 꿰찼다.

제2의 55년 체제가 시작된 셈이었지만 한 번 무너진 자민당의 위상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독자 정권이 아니라 연립정권으로 연명했다. 2001년 개혁을 부르짖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등장해 자민당의 화려한 과거가 부활하는 듯했지만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개혁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다.

일본기업이 자랑해 왔던 종신고용은 효율이라는 이름 앞에 무너져내렸다. 예컨대 2000년 11%에 불과했던 비정규직은 지난해 35%로 급증했다. 고령인구비율 세계 최고(22%)의 나라에서 복지·연금체계가 흔들리고 국민은 불안에 떤다. 이게 바로 세 번째 전환기의 배경이다.

자민당은 2007년 참의원 선거 참패 이래 연전연패다. 올 들어 치러진 6곳의 시장·지사 선거에서 1승 5패. 12일 벌어진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또 참패, 44년 만에 원내 제1당 자리를 야당에 내줬다. 부랴부랴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중의원 해산안과 다음달 30일 총선안을 13일 내놨다.

하지만 이 선거가 자민당에겐 마지막 일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의원은 자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심이 빠르게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아소 총리 지지율은 10%대, 자민당 지지율은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지 못하는 정권의 말로를 보는 듯하다. 아무튼 요즘 일본의 변화조짐은 대단히 흥미롭다. 세 번째 맞는 극적 전환기를 통해 일본이 의젓한 이웃으로 거듭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테고.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