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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중에 헌법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법률 전공자나 각종 고시 준비생을 빼면 헌법책을 사보는 국민은 극히 드물다. 지식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법이면서 가장 읽히지 않는 법이 헌법'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간 헌법을 좀더 쉽게 보급하려는 학자들의 노력도 많았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도 그중 한 명. 그는 2003년 헌법 대중서인 '대한민국 헌법을 읽자!'를 펴낸 데 이어 2004년 7월엔 시사 만화가와 함께 만화 형식의 '정종섭 교수와 함께 보는 대한민국 헌법'(일빛)을 출간했다. 논문과 전문서적에만 집중하던 그가 이처럼 대중 헌법서를 내게 된 이유는 '일반인은 물론 대학 교수 등 지식인조차 헌법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 헌법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인 계기는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이 판결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관습헌법, 성문헌법, 불문헌법, 연성헌법, 경성헌법 등 생소한 법률 용어가 연일 언론에 등장하면서 국민들은 헌법에 주목하게 됐다. 판결문은 물론 신문의 사설·해설·논평을 꼼꼼히 읽으며 헌법 지식을 익히는 사람이 많았다. 직장에서도 헌법 토론이 벌어졌고, 서점에선 헌법서적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후 헌법은 국민적 이슈의 중심에 서는 일이 잦아졌다. 양심적 병역 거부, 동성동본 금혼, 호주제, 그린벨트 규제 등 사회를 흔든 쟁점의 시작과 끝엔 늘 헌법이 있었다. 서가에 고고히 모셔져 있던 헌법이 개인과 사회의 실질적 행위 준칙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이에 비례해 헌재의 역할도 날로 커졌다. 이제는 웬만한 사회적 쟁점은 헌재로 넘기는 것이 코스처럼 되어 있다.

오늘은 제헌절 61주년. 1948년 7월17일 제헌의회가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 공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 제정으로 우리나라는 입헌민주국가로서 당당히 새출발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좌표, 지향, 가치를 담고 있는 최고 규범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마땅히 헌법을 사랑하고 아낄 책무가 있다. 하지만 제헌절을 누구보다 경축해야 할 국회가 저 모양이니 올해 제헌절은 가장 꼴사나운 기념일로 기록될 것 같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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