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하루 평균 200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대부분 악의적인 것보다 다른 이를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이 많다. 문제는 악의의 거짓말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내정 23일 만에 낙마했다. 그의 이번 부적절한 처신은 그가 몸담았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최고 사정기관이면서 동시에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종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믿지 못할 검찰'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수십년 쌓은 명예 와르르

천씨와 대비해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니 중국 북송시대 포청천이다. 증(拯)이란 이름의 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을 어긴 자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법을 집행해 권문세가는 물론 황실의 인척들까지 두려워했다. 그에게 유혹이 없을 리 없었겠지만 당시 민간에서는 "청탁이 통하지 않는 인물은 포증과 염라대왕이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친척과 친구들에게까지 엄격했다. 서민처럼 소박하게 생활했던 그는 죽으면서 "후대 자손들이 벼슬을 하다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 그들이 죽은 뒤에도 포씨(包氏) 문중 선산에 묘를 쓰지 못하게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가 감찰어사(監察御使)와 삼사사(三司使) 등의 벼슬을 했으니 지금 검찰총장쯤 된다고 하겠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수십년 쌓은 소중한 명예를 잃은 천씨와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천씨가 검찰 조직을 지휘해야 할 총장 후보자로 얼마나 옳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당시를 재구성해 보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천씨 주택 구입에 15억5000만원을 빌려준 사업가이자 스폰서인 박모씨와 지난해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갔고 더구나 부인들이 3000달러짜리 샤넬 핸드백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샀고 귀국길에 갖고 들어왔다는 데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는 "저희가 그 비행기를 같이 탔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랑 같이 간 그런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늘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던 앞선 고위 공직자들처럼 그도 그렇게 위기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천씨는 또한 아들 결혼식과 관련해 "'교외 작은 곳'에서 결혼시켰다"고 말했다. '교외 작은 곳'은 '작은 교회'로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박 의원이 "'작은 교외'가 우리나라 유일의 6성급 호텔 맞느냐"고 묻자 그는 마지못해 "그렇다"고 답했다. 거짓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라지만 고위 공직자 천씨의 행신은 도를 넘었다.

범법 행위보다 때로는 거짓말이 더 나쁘다는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위기에 몰려 중도에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가 워싱턴DC의 워터게이트 빌딩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 도청 사실을 정직하게 시인했으면 정치적으로 조금 곤란을 당했겠으나 대통령직은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1973년 상원 청문회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가 거짓으로 밝혀져 결국 탄핵됐고 미국 역사상 중도 사퇴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거짓말 관대한 풍토 바꿔야

한국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투명해졌어도 여전히 '거짓말'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2000년부터 인사청문회법 제정에 따라 고위 공직자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을 검증하고 있으나 공직 후보자 상당수가 거짓 증언을 예사로 하는 것을 본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한결같이 '기억 안 난다'로 빠져나간다.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사례가 극히 미미한 것도 한국 사회가 거짓말에 대해 너그럽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이번 천씨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특히 공직자들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가중해 처벌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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