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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개헌,공통분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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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은 그 시대 최고의 정치 산물이다. 시대적 배경과 국민 절대 다수의 합의(그것이 설령 조작됐다 할지라도)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헌법인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주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헌법을 고치자고 제의했다. 방향은 대통령에 집중돼 있는 권력을 분산시키는 쪽으로, 시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로 하자는 게 골자다.

엇갈리는 정파 간 利害

김 의장의 제의 이전에도 국민 60% 이상과 국회의원 절대 다수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있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는 여야의 극한 정쟁이 우리 헌법의 대통령 중심제 권력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에서 시작돼 역대 대통령들의 뒤끝이 대부분 좋지 못했으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았다.

이처럼 겉으로는 개헌의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쪽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그리는 그림들이 천차만별이다. 단일 개헌안 마련에 필요한 공통분모가 없다는 얘기다.

우선 청와대가 개헌 논의의 조기 점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정권 출범 1년 반도 안 된 이 시점에 개헌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국정 전반이 블랙홀인 이 이슈에 빨려 들어가 정치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는 판단일 것이다.

다음 민주당은 개헌의 찬반, 방향 등에 관계없이 지금 개헌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정부 여당의 미디어법 등 강행 처리와 국면 전환 카드로 이용하는 걸 도와줄 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으로선 차기 대권의 향방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 개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속사정이 복잡하다. 주류인 친이명박계와 비주류인 친박근혜계 양쪽 모두가 대체적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편이나 그 방향에 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이계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쪽으로, 친박계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쪽으로 바꿀 것을 원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차기 대통령 가능성 때문이라는 게 옵서버들의 해석이다.

혁명기에만 가능했던 개헌

이 밖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방분권을 통한 연방제로의 개헌을 희망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의원내각제를, 어떤 이들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구난방인 상태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국정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앞에서 말했듯 헌법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결단인 바, 주요 정파 간에 권력구조와 같은 큰 틀에서부터 방향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건 정쟁 격화와 국력 낭비를 부를 뿐이다. 따라서 때를 기다렸다가 각 정파 간에 물밑 접촉을 통해 큰 틀의 공통분모가 찾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논의를 공식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개헌의 당위성 여부를 떠나 우리의 아홉 차례 개헌이 모두 혁명 내지 혁명적 상황, 또는 쿠데타 내지 쿠데타적 상황에 의해서만 이뤄졌다는 점도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그러한 상황이 결코 아니며, 그러한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없다. 혁명적 상황이 아닌 정상적 정치 상황에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각 정파 간, 그리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개헌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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