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정태] 감세와 親서민 정책 기사의 사진

"정부에서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킬 때, 저도 종부세를 내는 사람입니다만 저는 시종 그걸 반대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동산 중심 사회입니다… 이걸 막는 데 좀 변칙적이지만 종부세가 역할을 했습니다. 그걸 없애려면 대신에 재산세를 올리든지 다른 세금을 올려 부동산 보유세율을 높여야 합니다."

지난 16일 한 지상파 방송사의 심야토론 사회를 맡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감세 정책에 대한 패널들의 찬반토론 도중 갑자기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 객관적·중립적 입장에서 토론 진행을 이끌어야 할 사회자가 본분에 맞지 않게 '돌출 발언'을 한 것이다. 물론 박 전 총재는 이를 의식해 "원래 사회자는 자기 의견을 말 안해야 하는데. 여기선 제가 참을 수 없어서…"라며 '양해'를 구했다. 방송 이후 네티즌 가운데 질책을 하는 이도 있었지만 공감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세금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민감한 부분이다.

종부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감세 기조에 바탕을 둔 'MB노믹스'를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소득세 인하다. 이는 대기업과 부자 등 부유층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정부가 최근 조세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 등에 따른 세수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다. 검토 대상은 비과세·감면 제도 축소, 에너지 다소비품목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주세·담배세 인상 등이다.

문제는 이런 방안이 시행되면 주로 서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중도실용'을 표방하고 친(親)서민 행보를 보인 것과도 배치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 vs 서민 증세'라며 공세에 나섰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일부가 감세 유보를 주장해 세금 논쟁이 불붙고 있다.

조세정책은 국가정책의 근간이다. 이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아니올시다'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과감히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소득세 추가 인하 유보 방안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가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종전 입장을 고수하긴 했지만 재정건전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선 기존 정책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게 마땅하다.

기업들이 곳간에 돈만 쌓아두는 등 투자 및 경기활성화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당초 기대한 법인세 인하 효과가 없다면 그런 감세 정책을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만고불변의 정책은 없다." 윤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 출석해 이 같이 말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세 정책의 변경 여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벌어져야 할 때다. 공론화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이나 도식적 이념 대결은 배제해야겠지만 집권 공약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집착해도 안 된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렇지만 아직 그 같은 행보를 뒷받침해줄 구체적 내용이 없어 '이미지 개선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세, 교육, 부동산 정책 등에 관한 콘텐츠의 근본을 다시 가다듬어 진정 서민과 중산층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가고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겠는가.

박정태 인터넷뉴스부장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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