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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 딸들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 천국에 가서 아버지도 만나고…." 목사의 집도로 '임종 예배'가 시작되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예배가 끝난 뒤 의료진과 가족들, 판사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주치의가 김 할머니 입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냈다. 혈압과 호흡이 급격히 낮아지던 할머니는 놀랍게도 자발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77)로만 알려진 환자에 대해 지난 달 23일 세브란스병원측이 연명치료를 중단할 때 모습이다. 하루 뒤면 그로부터 한달. 김 할머니는 오늘도 안정적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폐렴이나 욕창 증세도 없다. 가족들은 환자를 죽이려 했다는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안정을 찾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유명 지휘자 부부가 자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7년 간 로열 오페라 하우스 지휘자를 지내는 등 전후 최고의 영국 지휘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다운즈(85)경. 시력은 물론 청력까지 잃은 그는 부인 조안(74)마저 간·췌장암 말기로 몇 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자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했다. 장소는 스위스 취리히의 안락사 지원병원. 영국에서는 이로 인해 '조력자살' 허용 여부가 사회적 쟁점이 됐다. 김 할머니와는 다른 케이스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둘러싼 논란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당초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떼면 짧게는 10분, 길어도 3시간 안에 임종할 것으로 병원측이 예측했었다. 그런 만큼 김 할머니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대법원은 김 할머니가 '사망 임박 단계'에 있다고 보고 호흡기 제거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대 다수(93%)는 인공호흡기 제거 방식의 존엄사에 찬성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그렇게 나왔다. 존엄사 관련 법안은 지금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제출돼 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그러나 존업사법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존엄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신의 영역인 생명의 문제를 인간이 좌지우지하려 드니 그럴 수밖에….

정원교 논설위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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