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김상욱] 행복지수 보존법칙? 기사의 사진

최근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 따르면 중미 소국 코스타리카가 조사대상 143개국 가운데 1위를 했다. 국민 100명당 85명이 자신이 행복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은 68위에 머물렀고 미국은 114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007년 기준으로 코스타리카의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결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돈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 살면서 그게 사실일까 하는 의심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행복과 돈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세속적 성공을 위한 경쟁은 유치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물리학에는 자연을 기술하는 여러 가지 중요한 법칙들이 있는데, 그 중 으뜸인 것으로 보존법칙이 있다. 아직 고등학교 과학지식을 다 잊어버리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에너지 보존법칙이 기억날지도 모르겠다. 이 법칙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하다. 에너지는 형태가 바뀔 수는 있어도 그 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한 복사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바뀌어 물을 구름으로 만들어 낸다. 구름이 비가 되면 빗방울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며 지면을 강타한다. 높은 지역에 떨어진 빗물의 위치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바뀌며 산사태를 일으키고 집을 무너트리기도 한다.

태양에너지는 식물의 광합성을 일으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이 된다. 우리가 자동차를 굴리는 것이나 컴퓨터를 하는 데 필요한 전기도 따져 보면 모두 태양에서 온 복사에너지의 형태가 변한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드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에너지는 왜 보존될까. 모든 보존 법칙은 대칭성과 관련이 있다. 대칭성이란 뭔가 조작을 가했을 때 변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대략 좌우의 형태가 대칭이다. 이는 좌우를 뒤바꾸는 조작을 가해도 변화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보존은 우주의 시간 대칭성에서 기인한다.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방정식의 형태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별 행복지수 발표를 보고 사람들은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우리가 68위라고?' '그래, 이 땅의 삶이 다 그렇지, 뭐.'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행복지수 보존법칙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던 것이 기억난다. 행복의 총량은 일정하며 남이 불행해야 내가 행복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 일상 경험과도 잘 일치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쉽게도 행복지수보존과 관련한 어떤 대칭성도 발견된 바 없다. 물리적인 관점에서 행복은 보존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동시에 행복한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속세에서 부를 축적하려는 노력의 바탕에는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망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경험은 밖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느낌, 생각, 행동, 기쁨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만, 이들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열매야말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 물리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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