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언론사에 갓 입사해 처음으로 한 인터뷰 대상이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여대생이었다. 당시 전두환씨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인데, 사교육비 문제로 온나라가 들끓었고 급기야 과외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때 한 여대생이 금지령 이후 처음으로 과외를 하다 적발됐고 몇몇 기자들이 유치장에 가서 사실 여부와 적발경위 등에 대해 취재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조치가 내려지고 학파라치 제도가 도입되면서 똑같은 사태가 벌어질 상황이 됐으니, 사교육 문제는 참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사교육이 고맙죠. 국가 교육예산은 빠듯한데 민간에서 이를 보충해 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1990년대 초 한 경제부처 장관이 기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농담 삼아 한 말이다. 따지고 보면 농담이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민간, 즉 가계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5년 기준 우리나라 공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8%보다 높은 편이다. 이 중 정부 부담은 4.3%로 OECD 평균 5%보다 낮은 반면 민간부담(등록금 등)은 2.9%로 OECD 평균 0.8%의 세 배가 넘는다. 여기에다 우리 국민은 GDP의 2∼3%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별도로 지출한다. 줄잡아 GDP의 10%가량이 교육에 투입되는데, 민간에서 OECD 평균의 6배에 달하는 부담을 하면서 이를 충당하는 셈이다.

이처럼 민간의 교육비 부담이 큰 것은 사교육비 고통에서 벗어나면 이번에는 공룡 같은 대학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립대 의존도가 높은 데다 대학 등록금이 워낙 비싸다. 그런데도 교육에 대한 열정이 워낙 강해 연간 등록금이 천만원에 달해도 기를 쓰고 들어가려는 곳이 대학이다. 정부가 굳이 국가예산으로 이를 지원해 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아낀 예산을 도로 건설 등 다른 곳에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정부가 지출했든 민간이 부담했든 OECD 최고 수준의 교육비 투입은 국민의 질적 수준을 높여 국가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올린다. 우리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실력은 OECD 최고 수준이다. 결국 우리 국민은 세금 낼 것 다 내고 교육은 또 각자 알아서 하는 셈이니,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그야말로 우골탑(牛骨塔·소 팔아 등록금을 댄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대학을 지칭하는 상아탑을 빗댄 표현)이 이뤄낸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문제는 엄청난 교육비 부담을 언제까지 민간이 떠안아야 하느냐다. 복지가 발달해 학생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들은 차치하고라도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상당수 주립대는 연소득 4만달러 이하 가정의 대학생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학생들의 공부에 드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여주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나라들이 예산이 남아서 그렇게 하겠는가. 국민을 교육비의 늪에서 허덕이게 하면서 OECD에 가입하고 선진국 진입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이미 교육비의 민간부담에 맛을 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공약대로 대학등록금과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과 토대만 마련해도 이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은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경쟁주의 교육정책을 쓰면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율배반으로,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본적인 원인 처방은 도외시한 채 학파라치 도입 등으로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시도는 전두환 정권 때 과외금지 조치와 같은 무리수로,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국민을 또 다른 범죄자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언론사에 막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유치장에 갇힌 과외선생님부터 취재하며 기사 쓰기를 배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jwb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