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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권력자가 두 사람이”


우리말을 교착어라고 한다. 들러붙는 말이란 뜻이다. '집'이란 단어 뒤에 조사 '은/이/에' 등이 붙어 문장 내에서 문법적 역할을 한다. 영어의 경우 전치사가 앞에 놓여 'at home' 등으로 표현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말은 '주어+목적어+서술어'의 배열구조를 갖는데, 이 구조 속에서는 조사를 생략해도 뜻이 어느 정도 통한다. 예컨대 '나는 너를 좋아해'를 '나 너 좋아해'라고 해도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사를 무턱대고 생략해서는 안 된다. '철수가 밥을 먹는다'를 '철수 밥 먹는다'로 하면 '철수의 밥'이 될 수 있다.

조사는 문장의 의미 구조를 명확하게 한다. 조사가 필요없을 때도 있다. '발이 닿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라는 표현에서는 '발'에 붙은 조사를 생략하는 게 더 낫다. 일반적으로 수식하는 말은 간단할수록 좋다. 절보다 구, 구보다 단어를 수식어로 삼아야 흐름이 부드럽다. 이 문장에서는 '대로'를 수식하는 말이 '발이 닿다'라는 절로 되어 있다. 가분수형 수식구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빈대떡을 부쳐 먹는다'에서도 주격조사를 없애고 '비 오는 날'로 하면 '비 오다'가 한 단어처럼 느껴져 뒷말을 수식하기가 한결 편해진다. '번지 없는 주막' '이 빠진 도끼' 등도 주격조사가 생략되었는데, 이 역시 가분수형 수식 구조를 피하려는 언어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가분수형 구조라고 해서 늘 주격조사를 생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주어가 관심의 대상인 경우에는 넣어주는 게 낫다. 예를 들면 '비가 안 오는 날도 있네'와 같은 꼴이다.

얼마 전 한 정치인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미묘한 반향 때문에 주목을 받았는데 내용은 이렇다. "한 집안에 권력자가 두 사람이 있으면 그 집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없다." 이 글은 주격조사가 겹쳤다. '권력자가 두 사람이'가 그것이다. 곧 주격 연쇄형 문장인데, 이는 우리의 문법이 허용하는 바른 표현이다.

하지만 같은 조사가 겹쳐서 리듬이 깨지는 흠이 있다. 이 경우에도 가능하면 하나를 생략한다. 좋은 글은 음악처럼 리듬을 탄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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