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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조용래] 하토야마 vs 아소


전후 일본 정치사의 현장인 하토야마(鳩山)회관을 지난해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도쿄 도심인 분쿄쿠 오토와거리의 야트막한 언덕에 넓게 자리잡은 정원, '하토∼'란 이름에 걸맞게 청동 비둘기로 둘레를 치장한 연못, 집 주인 동상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맞아주었다.

그 뒤론 웅장한 영국 빅토리아풍의 3층 건물. 선룸, 응접실 등의 스테인드글래스가 퍽 인상적이다. 서양 건축 재료로 5층석탑 위를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일본 풍경을 담았다. 여기저기 비둘기와 올빼미를 모티브로 한 장식들이 세련미를 더한다.

회관은 자민당 초대 총재 하토야마 이치로(1883∼1959)가 1924년 지은 사택이다. 낡았지만 여기서 태어나 자란 그의 손자들이 복원, 96년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여기서 이치로는 45년 11월 자민당 전신인 일본자유당을 결성했고, 라이벌 요시다 시게루(1878∼1967)와 수없는 정치 담론을 폈다.

패전 후 46년 첫 총선거에서 이치로의 자유당은 다수 의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치로는 연합군사령부(GHQ)의 공직자 추방 대상에 포함돼 총리 취임이 좌절된다. 히틀러를 예찬한 책 '세계의 얼굴'을 쓴 게 화근이었다. 그를 대신해 자유당 총재,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른 이가 요시다다.

이후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51년 이치로는 공직자 추방에서 해제된다. 이에 바로 그는 요시다에게 총재·총리 자리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나 요시다는 거부했다. 이로써 둘의 대립·갈등은 본격화된다. 이치로파가 요시다를 압박하면서 대립은 꼬리를 물고 정국은 크게 흔들렸다.

곡절 끝에 요시다는 54년 이치로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고, 이치로는 개진당과 연합해 일본민주당을 창당했다. 그 와중에 진보 정당들의 결집이 구체화됨에 따라 재계를 중심으로 보수 대연대를 요청하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에 이치로의 민주당과 요시다의 자유당이 합해 자민당을 결당, 이른바 '55년 체제'가 등장했다.

다음달 중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계는 집권 자민당의 몰락, 야당인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자민당의 아소 다로 총리는 요시다의 외손자,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이치로의 손자다. 역사란 참 얄궂다. 유키오도 93년까지는 아소와 한솥밥을 먹었는데.

그럼 55년 체제는 어찌 되나. 새 틀의 탄생일까, 문패만 달리한 보수 정당의 정권 교체일까.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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