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길―장승헌] 모두 즐기는 축제로 기사의 사진

여름, 야외 축제의 계절이다. 이즈음 주요 공연장들이 대부분 시설 개·보수와 무대 점검을 위해 휴관하고 있어서인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도시의 명품 야외 예술 축제가 한창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이달 초, 성균관대 전은자무용단과 함께 독일에서 열린 세계민속페스티벌과 프랑크푸르트 단독 공연을 다녀왔다. 한국의 전통과 실험 정신이 담긴 전은자무용단의 레퍼터리는 7월 한 달 동안 독일의 작은 전원도시를 순회하는 세계민속페스티벌에서 당당하게 '국가 대표'급 공연을 펼쳤다. 우리는 쉬리츠와 시셀 등 독일의 작은 전원도시에서 아시아를 대표해 각국 무용단들과 함께 야외 및 극장 공연, 거리 퍼레이드를 펼쳤고 독창적인 우리 춤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현지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몸으로 느끼면서 전통 예술의 맛스러운 미학과 보편성에 새삼 자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 도시의 주민이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행사 스태프와 무용단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마당 잔치'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성숙한 문화를 보면서 2009년 우리네 축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터인가 연중무휴 축제를 개최한다. 개최 횟수나 지자체들이 투입하는 재원만 보면 '축제 공화국' 위상에 어울린다. 프랑스 아비뇽 예술 축제와 영국 에든버러 축제, 그리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 축제의 성공 신화를 모델로 지방자치단체들은 저마다 화려한 볼거리와 먹거리, 놀거리 문화를 찾아내느라 야단이다.

그런데 실제로 뚜껑을 열고 보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 경쟁력 없는 '한여름 밤의 꿈'이 돼버린다. 엑스포나 국제, 혹은 세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소박한 연극제나 무용제는 물론이고 국제영화제 또한 자고 나면 하나씩 늘어난다. 경쟁심과 지역 이기심은 예상 낭비만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독창적인 발상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공한 축제 모델이 있지만 무분별한 축제 공화국의 우울함을 없애기에는 부족하다.

모름지기 축제란 참여하는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 즐기는 주체를 일반 관객들로 한정하기 쉽지만 공연 축제의 경우, 출연진과 스태프도 함께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남다른 의미를 독일의 전원도시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구 5000명 남짓한 작은 시골 마을은 축제 기간 대부분 주민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출연자들을 홈스테이 방식으로 초대했다. 또한 전통 의상을 입고 시종 친근하고 밝은 미소와 대화로 6만여명의 관객과 참가자들을 안내하며 배려하는 그들의 모습은 바로 축제의 표정과 풍경 그 자체였다.

필자는 내달 초에 열리는 '2009 춘천 아트페스티벌'에 프로그래머와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인데, 독일에서 느낀 감흥을 조금이나마 반영해보고 싶은 욕심이다. 지난 여덟 해를 거치는 동안 일정과 장소는 변함없지만 공연 예술 축제로서의 모양새는 제법 훤칠해졌다.

십시일반, 말 그대로 열 사람이 밥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이다.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는 일이 쉽게 이뤄진다는 비유이다. 출연자와 스태프, 그리고 관객들 모두 한몫하고 그것이 서로를 이어주는 신통한 연결 고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나는 독일의 짐들을 풀기도 전에 행장을 다시 꾸린다. 아름다운 십시일반의 축제를 만들어 따뜻한 사람들의 정이 통하는 한마당 잔치를 만들기 위해….

장승헌(국민대 겸임교수·공연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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