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방하남] 근로 생애 가늘고 길게 기사의 사진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9년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등과 함께 근로자들이 가장 늦은 나이(남성은 약 71세, 여성은 약 68세)까지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나라로 조사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인구와 노동력의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한다면 한편으로는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공식 정년퇴직 연령(평균 65세)보다 2∼3년씩 앞서서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함으로써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현상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들 중 가장 이른 나이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조기 퇴직을 해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통계청의 작년도 경제활동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정년은 57세인데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에 비해 정년 자체도 8세 이상 짧은데 4년 이상 일찍 비자발적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퇴 후 공적 소득 보장이 아직 미비한 상태에서 스스로 소득 창출을 위해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용구조 선진화 시급하다

산업 현장에서 숙련된 고급 인력들이 50대 중반도 안돼 조기 퇴직 당해 생계를 위해 영세 자영업 부문으로 밀려들지만 그 중 대부분은 극심한 경쟁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높은 도산과 폐업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노후 자금으로 받아놓은 퇴직금은 사업 자금이나 자녀 학자금 등으로 소진돼 버린 지 오래고 이제 남은 것은 노후 소득 준비가 안된 긴 여생뿐이다.

퇴직 후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안정된 소득의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불안정 저소득의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노동통계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55세 이상 신규 취업자 중 70% 이상이 임금 수준 하위 30%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50세 이후 소득 수준 하락 속도가 빠르고, 상대빈곤율도 높은 편에 속한다.

가구 내 주소득원인 중·고령층의 고용 불안과 실업은 가구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인 자녀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를 낳게 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경제적으로 보아도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는 사회에서 50대 초반에 주된 근로 생애를 마감해야 하는 고용 구조는 기술과 숙련의 심각한 낭비를 의미하며 어떤 성장 정책을 동원한다 해도 선진 경제로의 진입을 어렵게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공식 정년퇴직이 공적 연금 수급 연령인 65세로 맞춰 있으며 완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40년의 가입 기간은 25세에서 65세까지의 표준적인 근로 생애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의 경우 이미 40여년 전에 '60세 정년 노력 의무'(1971년)를 법에서 규정하였고 2004년에는 정년 노력의 의무를 65세로 연장했다.

국민연금-정년제 연동 필요

따라서 선진국보다 더 급속한 고령화의 위험에 처한 우리도 하루빨리 평균수명 60세였던 개발 경제 시대의 굵고 짧은 근로 생애를 평균수명 80세인 21세기에 맞는 가늘고 길게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0대 정년퇴직을 가정하고 있는 현재의 가파른 연공급적 임금 직무체계를 개선해 연령이 아닌 직무와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고 적어도 현재 국민연금의 공식 수급 연령인 60세까지는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고용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향후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이 2013년부터는 61세로 연장되고 이후 5년마다 1세씩 증가해 65세까지 상향 조정될 예정인 바 법정 최소 정년도 이에 연동해 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임금 직무체계의 개선과 고용 연장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방하남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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