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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칼럼] 4대강 살리기와 죽이기

[김성기 칼럼] 4대강 살리기와 죽이기 기사의 사진

“혁신도시에 대해 침묵했던 인사들이 4대강 반대에 몸을 던진 이유는 무언가”

참여정부는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을 내세워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에 매달렸다.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은 혁신도시 건설을 독려하기 위해 "내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버리고 싶다"고 공언했다. 세종시가 들어서는 대전·충남 지역 외의 지방 10곳에 정책형 신도시를 지어 공공기관 170여개를 분산 배치하고 직원 3만2000여명과 가족까지 10만여명이 이주하도록 지원한다는 게 혁신도시 기본 구상이었다.



세종시와 행정중심도시 구상은 '균형 발전'이라는 구호에 집착한 나머지 사업 타당성 검토와 도시 기능 유지, 인구 유입 대책 등이 미흡한데다 현실성마저 떨어져 자칫 유령도시를 만들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략적 계산을 앞세운 참여정부 논리에 맞서 소신 있는 일부 학계 인사들이 나서서 반론을 펼쳤고 언론도 반대 여론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대규모 토목 사업이나 신도시 건설 사업이 나올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어 사업 타당성과 비용 분석, 이주민 대책과 환경 보호 문제 등을 거듭 따지고 집단행동에 앞장섰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상하게도 침묵을 지켰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전문가 그룹과 시민단체들은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소신을 접고 집단적 의사 표시를 피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침묵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은 벌떼처럼 일어났다. 거센 반발에 직면한 정부는 대운하 계획을 서둘러 취소하고 물 부족과 홍수 피해 예방, 수질 개선 및 지역 발전을 목표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선회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폭우와 가뭄 등 기상 이변이 잦아지는 추세인 만큼 4대강과 지류를 준설하고 보(洑)를 만들어 수량을 확보하자는 정부 구상에 지역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다만 22조2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와 수질 악화 위험, 생태계 교란 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전문가 그룹과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살리기가 결국은 대운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집요하게 반대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 방지를 위해 수량 조절이 가능한 가동보 설치와 진공 흡입식 공법 도입, 대체 서식지 조성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가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홍수 피해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이라 하고, 이른바 전문가 그룹이나 시민단체들은 돈을 쏟아부어 국토와 물길을 황폐화하는 몹쓸 일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정부가 대운하에서 4대강 살리기로 선회하면서 예산을 급조한 흔적이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와 환경 평가를 소홀히 하고 지역적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난다. 그러나 전문가라는 교수 집단의 반대 논리는 정부 해명과 기술적 보완 대책,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외면하고 오로지 일방적인 주장만 이어가는 한계를 보인다.

지역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인 10대 혁신도시 건설은 이미 계획 수립 단계부터 실패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방 이전의 비효율성을 들어 움직이려는 공기업은 거의 없고 지방용지 매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혁신도시 사업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인사들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집단으로 나서서 반대하는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혁신도시를 막지 못한 자책감에서 4대강 반대에 몸을 던졌다고 보아야 하나.

최근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정권에 따라 비판 잣대를 달리해온 이중성을 자성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4대강 살리기를 겨냥한 일방적 주장보다는 훨씬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념의 선을 미리 그어놓고 찬반 논리를 짜맞추려는 인사들은 사실 전문가도 아니다.

수석논설위원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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