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백홍열] 문제는 에너지 소비 감축 기사의 사진

사람이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는 집을 지을 때 외부와 연결되는 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이 있고, 먹은 것을 처리하는 하수도가 있고, 그리고 불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가스관과 전기선이 있다. 즉 물, 식량, 에너지가 우리 생존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물, 식량, 에너지의 부족 문제가 앞으로 심각해질 전망이다. 마오쩌둥 시절 농담 삼아 중국의 8억 인구가 잘 살게 되어 모두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아마 지구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사는 2003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합해 BRICs라 칭하며 이들이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을 합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면 세계의 물, 식량, 에너지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인류가 풍요로운 삶 누리려면

과학기술적으로 보면 물과 식량 문제는 모두 에너지 문제로 귀결된다. 에너지만 있으면 해수를 담수화하거나 오염된 물을 정화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식량도 기본적으로 인간의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이며 에너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자원도 에너지로 재생이 가능하다.

즉 인류의 생존은 결국 에너지 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 현재 우리 인류가 쓰는 에너지는 대부분 지구가 받은 태양 에너지이며, 그 양은 하루에 4000조㎾h에 달한다. 석탄 석유도 따지고 보면 지구가 45억년동안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저장한 태양 에너지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최근 100여 년 사이에 현 인류가 이 화석연료를 한꺼번에 써버리고 있다.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가정하면 현 인류가 지구가 1년 동안 애써 모은 에너지를 0.1초 사이에 다 퍼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가 탈이 나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리처드 하인버그는 이제 인류에게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문명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피하려면 고통스러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지금 인류는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하며 저탄소 녹색경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석유 한 방울도 안 나는 우리나라는 97%의 에너지를 해외에 수입하며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으로 올라섰다. 이는 우리보다 7배 이상 경제규모가 큰 일본의 40%수준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도 지난 10년 사이에 200% 이상 증가하였다. 그동안 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가 1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우리 국민은 엄청나게 에너지를 소비한 셈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생산도 유럽과 일본이 8.5%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3% 밖에 안 된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녹색성장은 미래의 필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간 고통을 나누어 짊어지는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소비 줄이는 구조적 대응 절실

2007년 매킨지글로벌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적절한 노력으로 향후 15년 안에 전 세계 에너지 소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 개발과 함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경제사회적 구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구호성 일과성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석유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취소한 적도 없이 차량부제 운행이나 승강기 운행 감축 같은 실효성 없는 지시만 반복해 왔다. 녹색성장의 기초는 에너지 소비감축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감축은 구호와 지시가 아니라 국가의 장기정책으로 자연스럽게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백홍열 한국항공우주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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