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하여 기사의 사진

우주를 일컬어 흔히 '마지막 미개척지(Last Frontier)'라고 한다. 연배가 있는 이들이라면 1970년대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방영됐던 오리지널 '스타트렉' TV 시리즈 첫머리에 나오는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하여!"라는 내레이션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광대무변한 미지의 우주를 상상하며 가슴 두근거렸던 기억.

이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한 한국의 첫 걸음이 자꾸 늦춰지는 데 따른 실망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이미 예고되긴 했지만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발사가 어제로 올 들어 두번째 연기됐기 때문이다. 원래 목표였던 2005년부터 따지면 다섯 번째. 그 사이 러·미·프·영·중·일·인도·이스라엘에 이어 9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자국 인공위성을 자국 로켓으로 자국 기지에서 발사할 수 있는 나라)에 가입하려던 꿈은 이란에 넘겨줬다.

앞으로도 나로호가 언제 발사될지는 확실치 않다. 일단 8월 12∼15일쯤으로 예상되지만 기상상태 등에 따라 몇 달 후가 될 수도 있다.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일각에서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일견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실망이나 무턱대고 '빨리 빨리'를 외치는 건 금물이다. 우주 로켓 발사 연기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다반사이기 때문.

“우주개발은 군사 안보의 신영역이자 신기술의 견인차 겸 파이프…멀리 봐야”

일부에서는 그간 나로호 발사에 차질이 빚어진 게 1단 액체연료 로켓 제작을 맡은 러시아와의 협력이나 러시아 내부 문제 등 주로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독자 기술 확보를 주창한다. 또 발사체 기술의 본격 개발을 위해서는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우주기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미사일협정 개정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 같은 주장은 타당하다. 적극 추진하는 게 옳다.

그러나 한국이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를 향해 나아가는 데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좋지 않은 성향 중 하나인 조급증에 휘둘리지 않는 자세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의 경험이 있는 만큼 그것을 우주개발에도 적용하려는 욕심을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달 수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우주개발은 다르다. 조급증의 부작용은 계획 차질이나 실패에 대한 실망을 키우고, 그것은 죽으나 사나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경제성장과는 달리 우주개발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우주 로켓 발사는 성공률이 높지 않다. 국제우주연맹(IAF) 회장을 지낸 일본의 우주전문가 고다이 도미후미 박사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 선진국이라도 로켓 발사 성공률은 평균 95%, 최고 98%에 지나지 않는다(김경민 역, '일본과 중국의 우주개발'). 95%라면 20회 발사에 1회는 실패한다는 얘기.

실제로 유인우주선 선저우를 띄워올린 중국의 창청 로켓은 1995∼96년 무렵 실패를 거듭했다. 96년 발사된 창청 3호는 주택지역에 떨어져 많은 민간인 피해를 냈다. 또 일본도 수차례 실패 끝에 1970년 다섯 번째로 발사에 성공했다. 심지어 현재 세계 상업 위성발사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 유럽의 아리안 5형 로켓도 96년 최초 발사시 폭발했고 이듬해 두번째 발사도 부분적인 성공만 거뒀다.

왜 그런가? 고다이 박사에 따르면 로켓 경량화와 엔진효율 극대화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로켓은 10기를 발사해야 겨우 인정을 받게 되며, 그동안에는 결함 발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개량해감에 따라 완전한(그래봐야 최고 성공률 98%)로켓이 되는데 이것이 현실이고 로켓 개발의 숙명이라는 게 고다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방정 떤다고 할지 모르나 나로호를 포함한 한국우주발사체(KSLV)들도 발사 연기는 물론 적지 않은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터. 그때마다 우주개발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곱씹는다면 마지막 미개척지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 군사 안보의 신영역이자 신기술의 견인차 겸 이를 각종 분야에 파급시키는 파이프로서 우주개발은 긴 눈으로 멀리 봐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