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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임한창] 조류충돌

[삶의 향기―임한창] 조류충돌 기사의 사진

두루미와 공군 전투기가 충돌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정답은 '승자 없음'이다. 모두 패자가 된다.

첨단과학의 산물인 항공기의 1급 조종사들도 활주로에 백학(白鶴)의 무리가 출현하면 비행을 포기한다. 이른바 조류충돌(Bird Strike)로 인한 사고 우려 때문이다. 시속 900㎞로 비행하는 항공기에 2㎏의 새 한 마리가 충돌하면 60t 무게의 충격을 준다고 한다.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에 조류가 빨려드는 사고다. 엔진에 새가 빨려들면 팬 브레이드가 파손되면서 구동장비의 작동이 정지된다. 선풍기의 날개처럼 생긴 압축기에 조류가 닿으면 엔진의 입·출구가 모두 막혀버린다. 결국 항공기 엔진 작동이 멈추면서 추락하거나 심각한 폭발사고를 일으킨다.

지난 1월15일 승객 155명을 태운 미국 민항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것도 조류충돌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 정부가 감추어둔 항공사고 원인에 관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면서 조류충돌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 자료에 의하면, 199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항공기의 조류충돌 사고가 무려 5만9776건에 이르렀다. 항공기 28대는 추락하거나 큰 고장으로 이어졌다.

국내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100여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해 그 피해액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인천공항은 조류 퇴치조를 구성해 비행장과 활주로에 출현한 참새들을 쫓느라 고심하고 있다. 새를 쫓기 위해 폭음탄과 경음기까지 동원하지만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진 않아 보인다.

인간의 발명한 최고의 걸작품, 첨단과학의 집합체인 항공기가 새 몇 마리로 인해 벌벌 떠는 형국이다. 조종사들이 이 새들을 '참새 미사일'로 부른다고 하니, 가히 공포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지혜를 모두 동원해 만든 첨단과학의 산물인 항공기가 하나님이 창조한 작은 새 한 마리 앞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에도 조류충돌이 있다. 지극히 작고 사소한 부주의 하나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항공기도 작은 실수라는 이름의 참새 한 마리 때문에 여지없이 추락할 수 있다. 거대한 댐의 붕괴는 대부분 조그마한 균열로 시작된다. 작은 타협, 작은 죄악, 작은 불순종이 신앙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간증을 들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잘 나갈 때 무너졌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어느 목사님은 교인들로부터 '어느 교인의 사업이 잘된다'는 보고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다고 한다. 신앙적·인격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벼락성공은 머잖아 파멸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반드시 사탄의 유혹이 숨어 있다. 성공을 오래 지속하려면 두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기도'와 '겸손'이다. 기도하는 사람은 강하다. 겸손한 사람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교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무런 공로 없이 일방적 죄사함을 받은 존재다. 감사하지 못할 일이 없다. 인생의 주인이신 그분을 찬양해야 한다. 모든 동물 중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새와 사람뿐이다. 새는 몸집이 작고 약할수록 고운 노래를 부른다. 사람도 고통이 깊을수록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방주(方舟)의 문을 밖에서 닫으신 그분이 주인이다.

그러므로 겸비하여 그분 앞에 나아가야 한다. 참새 한 마리로 전투기 조종사를 공포에 떨게 하는 그분 앞에….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임한창(종교국장) hc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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