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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친박연대 대변인의 사퇴

[백화종 칼럼] 친박연대 대변인의 사퇴 기사의 사진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 중인 민주당은 2일 당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집회를 가지려다 역풍을 우려하여 장소를 대구 시내 중심가로 바꿨다고 한다. 신문을 보면 여권의 주류들도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데 감히 이름 밝히길 꺼려한다는 느낌이다. TV를 보면 박 전 대표 주변엔 어김없이 기자들과 국회의원들이 몰려든다. 그의 위상을 말해주는 삽화들이다.

용납되지 않는 박근혜 비판?

전지명 친박연대 대변인이 사퇴했다. 그는 31일 한 방송에서 미디어법과 관련한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박 전 대표께서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실 분이 아닌데 누군가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판단을 잘못하여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 셈이 돼 일이 결국 그리 됐다.

민주당마저도 정면 대결을 피할 정도로 살아있는 권력인 박 전 대표를 다른 사람도 아닌 친박연대의 대변인이 비판하고 나섰으니 친박연대로선 묵과하기 힘든 사건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일이 대변인의 사퇴로까지 발전한 것은 박 전 대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돌아보면 미디어법을 비롯해서 그동안 정부 여당의 방침이나 당론에 박 전 대표만큼 이의를 제기하여 정부 여당을 곤혹스럽게 한 여권 인사도 없다. 여권 내 영향력 있는 인사의 이의 제기가, 정상 절차만 밟는다면, 충분한 견제 기능을 못하는 야당의 역할을 보충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여권이 대선에서 압승하고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어 획일적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빠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 같은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친박연대에서도 반대의 자유는 물론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까지도 허용돼야 할 것이다. 전 대변인의 사퇴가 순전히 당사자의 생각에 의한 것인지 친박연대 등의 유·무형 압력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경우라도 이번 일은 그곳에선 보스에 대한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3김씨 이후 박 전 대표만큼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또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은 아직 없다. 그러나 작용엔 반작용이 따르듯 그러한 카리스마나 인기는 자칫 요즘 유행하는 애들 말로 안티 팬들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의 영향력을 과신하고 남용할 경우 그 같은 위험은 더욱 커진다. 물론 지도자가 얕잡아 보여선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두려움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반대 세력이 돌아올 여지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초한(楚漢)의 쟁패에서 중원을 통일한 것은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기개로 적들을 용서 없이 쓸어버린 초의 항우가 아니라 무술도 신통찮고 허술해 보이지만 배신자까지도 품은 한의 유방이었다.

두려운 존재 되지 말아야

곧 있을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친박계 인사를 기용할지, 또 이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박 전 대표가 그 손을 잡아줄지 모두 관심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당에서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했을 때, 추대가 당헌당규의 경선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었다. 또 최근엔 친박계의 입각설에 대해 "(입각은)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할 일이며,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아니고 친박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 사이의 깊어진 골은 공천 등에서 이 대통령의 주류가 박 전 대표를 섭섭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의 견해다. 이번 개각에서도 이 대통령이 여권 내에서나마 탕평인사를 안 하면 말들이 많을 것 같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으나 박 전 대표가 다시 이를 뿌리친다면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과신하고 남용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태산은 흙을 마다하지 않으며 바다는 물을 마다하지 않는다. 진(秦)시황의 천하통일을 도왔던 이사(李斯)의 말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 박 전 대표도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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