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窓―민경찬] 위기 대비는 국민 몫 기사의 사진

최근 미국이 중국에 북한 체제가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한 논의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과 미국이 '차이메리카'라고도 불리는 G2 시대를 열며 세계의 신질서를 짠다고 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마치 한 세기 전 구한말, 또는 임진왜란 직전과 같은 위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미국이 주도해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쇠퇴했고, 중국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21세기 새로운 질서를 이끄는 주역으로 등극했다. 한편 일본은 북한 핵 문제를 빌미로 군사력 강화는 물론 핵무장하겠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높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 달러 자원 지식의 블랙홀로 불린다. 중국의 보유 외환은 2조달러 이상으로 세계 1위다. 올해 미국의 재정 적자는 약 1조달러다. 중국은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자원과 지식 노하우를 빨아들이고 있다. 자원이 가득 찬 아프리카는 이미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중국은 글로벌 인재 강국으로 변모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 등에서 파격적인 대우로 해외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와튼스쿨 등 세계적인 대학들과 IBM 등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소가 몰려오고 있으며, 작년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이 20만명을 넘었다.

대한민국은 지난 50년 간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강인함과 지혜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국제경영개발원(IMD)평가에서 과학 경쟁력은 5위, 기술 경쟁력은 6위였고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는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질적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기엔 갈 길이 멀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9개국 중 51위이며 교육, 기초과학, 투자환경, 에너지, 국가 이미지, 삶의 질 등에 대한 지표들은 국제적으로 매우 미흡하다. 또 이공계 기피현상, 고급 두뇌 유출, 저출산 고령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반만년 역사 속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정받으며 평화롭게 지낸 적은 최근 20∼30년 정도다. 그런데 한반도 주변의 변화는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누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 모두가 현안에만 빠져 있다. 당리당략적 투쟁과 노사 문제, 대입제도, 사교육 문제, 진보와 보수의 갈등으로 국가 에너지가 소진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주소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한다는 말이 섬뜩하게 들린다. 백년 전 지도자들이 국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해 모든 국민이 대를 이어 짓눌림과 배고픔으로 내몰렸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국가경쟁력을 위해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특히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야 한다. 초중등과 대학 교육의 질 향상, 기초과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녹색혁명'도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용어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과제다. 이는 정치의 속성상 정치 지도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국민 스스로 위기를 깨닫고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라고 지도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민경찬(연세대 대학원장·과실연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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