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정형민] 출구전략 타이밍 잘 보라 기사의 사진

최근 발표되는 국내 경제지표들의 움직임을 보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증거가 뚜렷해진다. 올 1월 중 전년동월대비 -25.5%까지 하락했던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6월 중 -1.2%로 감소폭이 줄어들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역시 동 기간 61.4%에서 76.5%까지 상승하여 작년말 이후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기의 전반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종합지수가 5개월 연속 전월보다 상승하고 있고 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도 6월 중 큰 폭으로 상승해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지표들도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경제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금번 위기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주택판매가 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택가격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케이스-실러(Case-Shiller) 지수가 200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의 가계 및 기업 심리지표들도 전반적으로 상승세이며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최근 경기 기조판단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중국도 경기대응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2분기 중 GDP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다.

경기 회복세 더욱 뚜렷

그러나 또 다른 지표들을 보면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미국의 소비와 고용 지표들이다. 2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였으나 소비는 오히려 전분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하였다. 이는 당초의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고용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실업률은 6월 중 9.5%를 기록하면서 올해 안에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실업률의 상승폭도 이전의 경기침체에 비해 매우 가파른 모습이다. 이처럼 취업 사정이 악화되고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및 부동산의 가치도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미국 가계는 부채상환 등을 위해 저축을 크게 늘리면서 소비의 성장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외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내수에 의한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높아가는 반면 내수 비중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가계부문은 급격히 상승한 부채로 인한 상환부담과 준조세 및 사교육비 지출 확대 등으로 저축률이 크게 하락하는 등 소비여력이 취약하다. 건설부문도 높은 미분양물량 등으로 부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공공건설이 확대되며 건설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정부지출이 줄어들면 건설지표는 다시 하락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도 많은 자금을 쌓아 놓고 있으나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인 경영행태가 확산되며 투자를 쉽게 늘리지 않고 있다.

풀린 유동성 투기자금 안 되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한계가 있는 만큼 크게 오르기는 어려우나 풀려난 유동성이 투기자금으로 유입되면서 하반기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가는 경기부진으로 인한 유휴설비, 환율 하락에 의한 수입물가 하락 등으로 둔화되고 있으나 하반기 중 유가상승 및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라 점차로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됨에 따라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나 주요국 금융권의 부실자산 상각이 상당기간 진행돼야 함을 고려할 때 금융불안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재차 상승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일단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이나 향후 개선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기회복세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 효과가 크게 작용한 만큼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향후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마감하면서 더블딥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도 이러한 가능성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출구전략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정형민(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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