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동 칼럼] 국회의원은 사퇴도 마음대로 못하나 기사의 사진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은 날치기 처리를 해도 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한 해 1억131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국회의원들은 차량 관리·유지, 사무실 운영, 식대, 자료 발간 명목으로 연평균 8100여만원씩 국고 지원을 받고, 출장비와 입법·정책개발비를 더 받을 수 있다. 또 4급 공무원 1명, 5급 2명, 6·7·9급 각 1명의 보좌진 인건비 약 2억7300만원씩이 책정되며, 의원이 원하면 인턴 2명까지 배정받는다.



여기까지만, 의원마다 1년에 적어도 4억7000만원 가량의 국민 세금을 '유지비'로 쓰는 셈이다. 해외시찰, 출장, 자료 발간, 인턴 채용 비용은 제외한 액수다. 출처가 다르고 개인 차이가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1년에 최고 1억5000만원, 선거가 있는 해엔 3억원까지 후원금도 모은다. 이만하면 공식적으로 드는 돈만 얼마쯤일지 어렵지않게 계산이 나온다.

업무 수행 때 의원들이 철도와 선박, 항공기 1등석을 무료 이용토록 한 것은 또 다른 예우다. 국고로 1년에 두 번 해외시찰이 가능하고, 재외공관으로부터 장(차)관급 의전을 받는 것, 국내 모든 골프장에서 회원 대우를 받는 것 등도 그렇다. 선진국 국회의원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아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디어법이 눈 뜨고 못 볼 '생 쑈' 끝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저급하게 시작한 편싸움이 갈 수록 가관이다. 입만 열면 앞다퉈 민생을 외쳐댄다 싶더니 민생고(苦)를 덜어줄 내용이 일부 포함된 3700여 법안은 더 무참하게 내팽개쳐졌다. 주권자들이 얼마나 부아가 나 있는지는 그들도 알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데 없이 결연해 보인다. 거의 모두 사퇴서를 냈을 정도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에게서 멸사봉공 분위기는 별로 읽히지 않는다. 진정 누구를, 무엇을 위해 그러느냐는 의문이다. 일부 의원은 사퇴서를 낸 뒤 외유를 떠났고, (당에서 인정을 해줘야 말이지만) 탈당하면 자격이 자동 상실되는 비례대표의원이 사퇴서를 내기도 했다.

그 비례대표의원과 다른 한 명은 의원회관 사무실 문을 닫았고 보좌진을 해촉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두 의원은 세비 입금계좌 해지를 국회에 통보했다고도 한다. 회기 중에는 국회본회의 의결로, 휴회기간에는 국회의장이 사퇴를 수리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국회의장은 일찌감치 '사퇴 불가'를 공언했다. 세비는 임기 내에 요청만 하면 한꺼번에 다 받는다.

연합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61년 헌정사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시도는 5차례 있었다. 모두 민주당 전신들(4회)과 한나라당(1회)이 야당 때였고, 실행은 1965년에 한 번 있었다. 한일협정 비준을 막으려 지역구 출신 야당의원 8명이 탈당함으로써 당시의 법에 따라 국회를 떠난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직 사퇴는 옛날보다 지금이 훨씬 어렵다. 어떤 분들이 이렇게 해놨을까.

며칠 전, 한나라당에서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을 만든다는 소식이 있었다. 본회의장·의장실 등 점거, 의원들끼리의 폭력, 의원·보좌진의 투표 방해, 외부인의 의사당 난입, 국회 경호·질서 파괴 행위와 언어폭력까지 근절한다는 이야기다. 법 위반자는 1∼5년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게 하고,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는 국회의원은 제명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여야를 초월해 더 나은 묘책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면 지금까지의 상식에는 부합할 것이다. 우리 정치는 정권교체와 국회 원내다수당의 부침을 몇 차례 체험했다. 그 관건이 정치 하기 나름이었음을 돌이켜보면 어느 정파든 시큰둥할 이유가 없다.

의원직 사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서 그런 특별법이라면 설령 날치기 처리를 하더라도 전국 규모의 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에 집착하는 저질 정치는 박물관 창고에 벌써 들어갔어야 한다. '밥값' 안 하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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