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최광식] 방폐장 건설 신뢰가 우선

[시론―최광식] 방폐장 건설 신뢰가 우선 기사의 사진

건설 중인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완공 지연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지난달 30일 발표됐다. 주민투표로 건설 유치에 성공,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던 방폐장 건설이 굴진 중 연약지반 발견을 이유로 당초보다 2년반 완공이 지연된다는 게 알려져 물의가 이른 데 따른 조사 결과였다.

지식경제부가 지질학회에 의뢰, 선정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방폐장 공사 지연조사단'은 약 4주간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단은 '지연 사유 규명'이 목적이었고 30개월 공사 연장은 '의욕적'으로 설정한 23개월의 공사 일정 때문에 발생했으며 부지 특성을 고려한 공사 기간 연장은 불가피한 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안전성 해명보다 지연 규명

이날 경주시청과 동경주 지역에서 국회의원, 경주시의원과 여러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온 발표와 이후 관련 단체들이 낸 성명을 근거로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 보자.

우선 지경부 측은 지질학회에 의뢰, 선정된 전문가들로 구성해 조사했으니 그 객관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그들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냐며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공사를 우선 중단하고, 주민 대표와 그들이 선정한 전문가들에 의한 재조사와 더불어 필요시 외국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했다. 일부는 방폐장 반납을 주장하기도 했다.

경주 방폐장은 근 20년을 표류하던 국책사업을 지역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 결정한 것으로, 원자력과 관련된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정부 당국과 지역 간에 신뢰를 구축한 '참 기분 좋은 사례'였다. 이 분위기가 잘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울진 원전에서 차올라오는 중저준위 폐기물 이송을 염두에 두고 조속한 건설을 추진하다 이번 일을 당하였으니 '연약한 지반'이 역설적으로 사업 추진의 '강력한 암초'가 된 형국이다. 추진 측은 당초 지반 조사 결과를 가지고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더 보수적인' 공사 계획을 수립했어야 했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는 시조 구절이 있다. 표류하던 방폐장 문제가 해결되는 등 소위 '잘' 나가게 되자 단숨에 '달리려고' 하다가 발목이 잡힌 꼴이 되었으니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먼저 완공 지연 사유 규명이 목적인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방폐장 안전성에 이상이 없음이 밝혀졌다고 추진하는 쪽이 주장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민들은 방폐장이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약지반 발견에도 불구하고 방폐장 안전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다른 객관적 절차나 근거를 통해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체적인 내용과 함께 그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사태는 공학적 안전성의 문제이기보다 신뢰의 문제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 사태로 정부와 사업 추진 주체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허물어졌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회복을 위한 구체적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완전한 해명, 성실함과 진정성을 보이는 일, 주민들의 동향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대응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신뢰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가 나서 민심 다독여야

마지막으로 미디어의 적극적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이런 상황에 대한 보도나 논평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양측이 소통하는 대화의 광장을 마련, 신뢰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사업 주체가 나서지 않고 미디어가 이런 포럼을 주관한다면 주민들의 차분한 호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경주 방폐장 문제를 구체적인 신뢰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풀어나가야 다음 과제도 수월하게 해결된다는 점을 정부와 사업 추진자가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광식 원자력안전기술원책임연구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