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통신 회사의 유명 광고 카피 가운데 하나가 '생각대로 하면 되고…'다. 그러나 세상에는 생각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대머리 남성들이 많이 복용하고 있는 P 발모제는 본래 남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비뇨기과 의사들은 대머리 전립선 비대 환자들이 이 약을 복용한 후 몇 달 뒤에 머리가 나서 오는 것을 보고 '생각대로'가 아님을 발견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도 처음에는 고혈압 치료제로 만들어졌다가 '부작용'으로 발기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가지 사례 모두 '부작용'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불확실성과 불가측성은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 일이 많다.



특히 사회분야에서 그런 사례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금도 여야 간 해법을 못 찾고 있는 비정규직법이다. 법 제정 목적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급여와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불안정한 지위를 갖고 있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는 피해가 더욱 크면서 '비정규직 비보호법'이 되고 말았다.

매체 출현 때마다 예상밖 고전

신문·방송을 포함한 미디어들은 지난 20년 동안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맞춰 그 영역을 확장해 왔으나 소프트 랜딩을 한 사례는 소수에 그친다. 첫째로 지난 1988년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세계일보가 신문시장에 진입한 것과 91년 지상파 시장에 SBS가 뛰어들어 지상파 채널이 4개가 된 경우 등이다.



95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기대 속에 시장 진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케이블 TV시대가 열렸다. 엄청난 양적인 성장을 이루기는 했으나 콘텐츠 등 질적인 면에서 매우 부족하고 적자 경영으로 '쪽박'을 찬 케이블 TV가 많다. 또한 97년에 지방 민방시대가 개막됐고 이어 2006년에 역시 '대박'을 기대하며 DMB시대가 열렸으나 열악한 광고시장으로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매체들이 적지 않다.

새 방송법, 정부 장밋빛 전망인데

앞서 사례로 든 것처럼 새로운 언론매체들의 출현 때마다 언론 전문가들은 미디어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예견하며 이들의 성공적 안착을 예상했지만 그 전망은 번번이 빗나갔다. 신문·방송 간의 벽을 허물어 양자 겸업을 허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송법을 놓고 정부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번 방송법을 밀어붙인 정부 여당은 매체간 벽을 허물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가져 오도록 하겠다며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지만 과거의 예를 볼 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몇몇 신문 매체들만 관심을 갖고 바쁜 물밑 움직임을 보일 뿐 실제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향후 미디어 시장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고 새로운 매체들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8조원인 광고 시장규모가 새 매체의 탄생으로 10%(8000억원) 정도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생각대로'일 뿐이다. 설사 예측대로 8000억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초기투자비용으로 1000억∼3000억원이 들어가고 향후 5년여 운영 비용으로 그 이상이 들어가는 종합편성 채널 및 보도채널 2∼3개 추가될 경우 각 매체가 나눌 수 있는 몫은 극히 적고 적자 늪에 빠져 있는 기존 매체들은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새로운 매체 출현은 '생각대로 하면 되고'가 아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채 정부의 생각대로 한다면 새로운 매체들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가 되고 기존 매체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ry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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