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말이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다 허용해서 많이 생겨나는 게 좋지만 동네슈퍼들이 망해나갈 것을 생각하면 그대로 둘 수만도 없어 보입니다. 경쟁력을 비교하면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중소기업청이 머리를 잘 쓴 것 같습니다. 중기청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입니다. 자치단체장은 SSM 허용 여부를 결정할 때 여러가지 고민을 해야겠죠. 일단 동네슈퍼들이 반색을 하는 것을 보니 지역상인의 '표심'을 의식해 SSM을 함부로 허용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시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본의 힘은 무섭지만 한편으론 달콤하기 때문이죠. 깨끗하고 편리한 매장, 좋은 서비스, 괜찮은 가격 등 자본이 주는 메리트는 많고 우리 국민은 거기에 점점 익숙해가고 있습니다. 옛날 영화관을 생각해 보십시오. 작고 불편한 좌석, 퀴퀴한 냄새…. 거기에 비하면 요즘 CGV나 메가박스는 얼마나 편리하고 쾌적합니까.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008년 기준 25.3%로, 10% 안팎인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결국은 우리도 그렇게 가겠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할 겁니다.

동네슈퍼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영세하다는 것은 동정의 대상이 될지언정 자랑은 아닐 겁니다. 매장도 깨끗하게 관리하고, 판매자들의 의상도 유니폼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단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벌면서 장차 들어설 SSM이나 대형할인매장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거대한 트렌드를 언제까지 눈물로 호소하며 막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변재운 대기자 jwb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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